최저임금 인상 점주 부담···가맹본사에 가격인상 요구정부, 최저임금 부담 결국 대기업·국민에게 떠넘겨李 “기재부 물가안정·고융부 고용불안 적절한 대처”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 올린 7530원으로 정해지면서 햄버거, 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은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뛰는 동안 임대료도 올랐고, 주요 필수품목 등 원자재값도 크게 늘었다. 여기에 배달대행료까지 인상되면서 점주들은 도저히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보통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배달원을 자체적으로 뽑기보다는 전문 배달업체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달업체는 최저임금이 상승했기 때문에 대행료도 인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악재가 가득한 프랜차이즈 업주들은 메뉴 가격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거래법으로 가맹점마다 가격은 다를 수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이 정도 수준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타당성을 가맹 본부에 알린 후 가격을 올리면 된다. 가맹본부 역시 임대료가 유독 비싼 터미널이나 공항 등 특수 매장은 물론 각 가맹점주의 사정을 고려해 수용하고 있다. 치킨 가격이 점포마다 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격 인상을 놓고 눈치싸움을 하는 치킨 업계 분위기는 지난달 29일 KFC가 먼저 치킨과 햄버거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9% 인상하면서 더욱 확산했다. KFC는 원자재·인건비 상승을 명분으로 주요 치킨 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을 올렸지만, 정부가 이를 규제하지는 않았다.
이에 윤경주 BBQ 대표는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8년간 원부재료, 임대료, 인건비 등 물가가 상승했으나 치킨값은 그대로 유지됐다”며 “본사의 노력에도 가격 인상은 무산됐지만 패밀리(가맹점주) 여러분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가격 인상 재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교촌과 BHC, 네네치킨 등도 시기를 저울질하며 경쟁업체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등한시한 물가에서 최저임금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동네 식당부터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까지 새해 들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보호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물가 상승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안정기금과 사회보험료 경감대책을 차질 없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세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상가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생활물가의 안정을 위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대처하기 바란다”면서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관계부처는 고용불안이 크게 나타나는 분야의 업계간담회 등을 통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대처에 나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정부의 3조원 일자리 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 같은 대책을 알지 못하거나 막연한 불안 심리를 가지시는 고용주가 계시지 않도록 소상히 알려드려야 한다”면서 “필요하고도 가능한 추가대책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등의 경영부담이 늘어날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근로자들의 저임금과 과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것, 소득의 가파른 양극화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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