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당국 ‘개구멍’인 직원통로···“큰 문제 없다”조양호, 소환 대상 제외···“문제되는 3명만”관세청, 4일 조 회장 소환 가능성 첫 언급
김영문 청장은 지난달 30일 ‘관세행정 혁신T/F’ 위원장과 민간위원을 이끌고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 인천세관 간부간담회와 현장점검을 진행한 후 김 기자들과 만나 “밀수와 관련된 부분은 어떤 부분이든 살펴볼 예정”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성역없이 수사해 꼭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최근 관세청은 제보용 카카오톡 단톡방을 개설한 가운데, 인천공항 세관당국과 대한항공의 유착에 대한 전·현직 대한항공 직원들의 증언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명품을 전해 받은 직원은 공항 내 ‘상주직원 전용 통로’를 통해 고가 명품을 운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관의 눈을 피해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통로에는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엑스레이 보안 검색대가 있다. 하지만 공항 내 상주하는 직원들은 입국 승객들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통과할 수 있다.
‘상주직원 전용 통로’에는 세관 당국의 통관 절차가 없다. 공항에 근무하는 지상직 직원들은 공항 내 ‘보안구역출입증’을 패용하고 이 통로를 통과한다. 엑스레이 보안 검색대가 직원의 물품을 검사하지만 지상직 직원의 경우 흉기나 위험물이 아닌 이상 물품을 꼼꼼하게 보지 않는다는 게 항공업계 설명이다. 통로 보안검색대 담당자가 묵인할 경우 고가의 명품도 세관당국의 눈을 피해 국내로 쉽게 밀반입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주직원 전용 통로는 공항 내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항공 승객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며 “특히 한진 총수일가가 지시한 일이라면 대한항공과 인천공항 등이 암묵적으로 이를 용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김 청장은 공항 상주직원의 업무용 전용통로가 탈세 전용 창구로 사용됐단 지적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청장은 “직원 상주 통로는 공항공사 보안요원이 (검색)하는데 그 부분이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공항공사 직원은 안전에 중점을 두고, 관세청은 밀수를 우선해서 보니까 서로 보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현재 제기되는 의혹처럼 한진그룹이 조직적으로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밀수를 벌였다면 상주직원 통로는 현재 세관 감시망의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에서는 ‘직원 전용 통로 Ⅹ레이 검사대를 통과하기 어려운 큰 짐은 일반 입국장을 통과해야 하는데 세관 직원이 검사 없이 통과시켜 준다’는 내용의 제보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세관 직원과 대한항공 직원이 눈짓을 주고받은 뒤 그냥 통과한다’고 말했다. “세관 직원들이 조 회장 일가 물품에 대해 세관 검사를 하지 않고 눈감아 준 것은 30년 넘게 이어져 온 커넥션”이라고 했다.
한진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을 밀반입한 경로로 일관되게 지적되는 곳이 바로 공항 상주직원 통로로 현재 세관 감시망의 결정적 ‘개구멍’인 셈이다. 그럼에도 김 청장은 세관 당국이 관련된 지점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그룹 및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에는 한점 의혹없이 성역없는 수사를 펼치겠다고 강조한 발언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김 청장은 이 자리에서 ‘소환조사 예상 대상’으로 조양호 한진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이사장과 조현아, 현민 자매만 지목했을 뿐, 조양호 회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청장은 “현재로서는 문제되는 3명을 생각하고 있고,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3명이 (소환해 조사할) 내용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관세포탈 혐의자에서는 일단 제외됐다.
그러나 이미 다수 제보와 언론을 통해 조 회장이 한 병당 시가 수십만원에 이르는 고급 양주 수십 병을 일등석 옷장에 숨겨 직접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조 회장이 이 중 일부를 관세청 직원 회식에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에서, 정작 조 회장은 소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청장의 발언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조 회장의 최근 5년간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원태·현민 등 3남매의 최근 5년치 해외 신용카드 분석 과정에서 조 회장의 개인 카드 해외 사용액이 ‘0원’인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해외 출장이 많은 점을 미뤄볼 때, 비서 등 다른 사람의 카드나 법인카드, 혹은 현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0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해외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4일 관세청 관계자는 “조 회장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0원’이라면 조 회장을 수행하는 누군가가 조 회장의 지시를 받아 대신 결제를 했을 것”이라며 “해당 물품이 신고 없이 수입됐다면 조 회장에 대해 ‘교사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두 차례에 걸친 서울 평창동 자택 압수수색에서 고가의 수입 물품을 다수 확인했다”며 “채증 분석이 끝나면 조 회장도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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