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털 ‘게임빌’···모바일게임 초석 다져경쟁사 ‘컴투스’ 인수로 글로벌 기업 도약게임빌 실적악화·컴투스 의존 심화는 숙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12.7%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게임 시장은 1.6% 성장에 그쳤다. 바야흐로 모바일게임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내 모바일게임은 20년 전에 태동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척한 인물은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다. 당시 모바일 게임은 2G폰, 피처폰으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중 ‘놈’ 시리즈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창의적인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다.
송병준 대표는 성공한 1세대 벤처인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출신인 그는 2000년 1월 자바 기반의 게임 개발 및 서비스 벤처기업인 ‘피츠넷’을 설립한다. 피츠넷은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한 게임포털 ‘게임빌’을 운영했다. 넷마블 등 현재 굴지에 게임사로 성장한 여러 기업들이 이 시기 게임포털 사이트의 형태로 서로 경쟁했다.
게임포털 게임빌은 오픈 3개월 만에 1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10여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했다.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에는 월 매출 4000만원을 넘기며 가파른 성장세를 타게 된다. 게임포털 게임빌의 인지도가 오르자 2001년 4월 사명을 ‘게임빌’로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게임빌에 또 다른 기회가 됐다. 2009년 2월에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글로벌 앱 마켓에 진출하며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해 선보인 ‘베이스볼 슈퍼스타즈’와 ‘제노니아’는 구글과 애플 등 양대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 게임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게임빌의 경쟁력이 스마트폰을 만나며 꽃을 피운 것이다. 이후 게임빌은 모바일게임 전문기업으로 거듭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다.
2013년, 국내 모바일게임업계에 ‘사건’이 일어난다. 게임빌과 함께 모바일게임 시장을 이끌어 온 컴투스를 인수한 것이다. 게임빌은 2013년 10월 게임빌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송병준 대표는 두 회사의 대표직을 맡게 된다. 국내 최대의 모바일 게임 전문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 두 회사는 서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 중심에는 게임빌과 컴투스의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 ‘하이브(게임빌컴투스플랫폼)’가 있다. 또한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해외 법인의 통합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법인을 통합해 ‘게임빌·컴투스’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다만 현지 사정 때문에 중국법인은 아직 ‘게임빌 중국법인’와 ‘베이징레이모바일(컴투스 중국법인)’로 나눠져 있다. 게임빌 관계자는 “서류상 통합 작업은 현지 사정으로 잠시 연기했지만, 현지 직원들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서로 협력과 경쟁을 통해 많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모회사인 게임빌은 최근 성장세가 꺾인 모양새다. 이에 비해 피인수 기업인 컴투스는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빌은 매출액 1063억원, 영업손실 201억원, 당기순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컴투스는 매출액 5079억원, 영업이익 1946억원, 당기순이익 142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에서 5배 가량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또한 게임빌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컴투스는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컴투스가 실적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서머너즈 워’의 글로벌 흥행이 큰 역할을 했다. 반면 게임빌의 대표작 ‘별이되어라’는 흥행이 주춤한 상황이다. 컴투스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며 송병준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전문기업 게임빌·컴투스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대표 게임들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대부분 장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들이다. 신작 게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3N으로 불리는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해 가는 상황도 게임빌·컴투스에게는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계의 전성기를 이끈 송병준 대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웨이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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