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대형 보험사 자회사 매출 비중 96%삼성·한화 등 4개 손사 매출 100% 의존금감원, 불공정행위 집중 점검·엄중 제재보험업계 “손해사정 위탁, 몰아주기 아냐”
금융감독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손잡고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검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 같은 관행을 이어온 보험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회사에 대한 손해사정업무 위탁은 대주주의 배를 불리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는 차이가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각 1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각 2개 등 총 9개 손해사정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계열 보험사 매출 비중은 평균 96.5%였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발생 시 손해액과 보험금을 사정하는 일이다. 이들 보험사는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에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통상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사정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따로 두고 있다. DB손보의 경우 손해사정사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DB손보의 손해사정사 4곳의 계열 보험사 매출 비중은 100%였다.
삼성생명의 삼성생명서비스손사와 한화생명의 한화손사는 지난해 각각 1870억원, 353억원의 매출을 모두 계열 보험사로터 벌어들였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손해사정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사, DB자동차보험손사도 각각 1565억원, 807억원의 매출이 전액 대주주로부터 들어왔다.
삼성화재와 DB손보의 다른 손해사정사인 삼성화재서비스손사, DBCNS자동차손사의 계열 보험사 매출 비중은 각각 85.2%, 97.8%였다. 삼성화재서비스손사는 1419억원 중 1210억원, 458억원 중 448억원이 소속 보험사에서 들어왔다.
현대해상은 자회사 현대하이카손사, 현대하이라이프손사 매출의 각각 96.6%, 99.4%를 채웠다. 현대하이카손사는 1202억원 중 1161억원, 현대하이라이프손사는 677억원 중 673억원이다.
교보생명의 손해사정사인 KCA손사는 303억원 중 272억원의 매출을 대주주로부터 거둬들여 89.7%의 비중을 기록했다.
해당 보험사들은 일감 몰아주기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손해사정업무 위탁 관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윤석헌 원장 취임 3개월차를 맞은 금감원이 금융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점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은 불공정행위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대주주에 대한 불법 신용공여, 계열사 펀드 및 퇴직연금 판매 한도 초과 등과 함께 보험사 손해사정업무의 과도한 자회사 위탁을 꼽았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주주 또는 계열사와의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위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감원이 대기업 비금융계열사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공정위와 손잡기로 하면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대형 보험사들과 같은 대기업 금융계열사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이 계열사를 두고 있는 보험업계가 첫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과 공정위간 공조의 초점이 보험업계에 맞춰질 경우 이미 금감원이 경고장을 날린 손해사정업무 위탁 관행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회사에 대한 손해사정업무 위탁은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일감 몰아주기는 대주주의 배를 불리기 위해 대주주나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상품 공급이나 용역을 맡기는 것인데, 보험사가 본업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손해사정을 위해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고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부터 손해사정업무 위탁을 놓고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는 일감 몰아주기를 잘 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오해”라며 “보험업의 특수성과 손해사정업무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각 보험사가 자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두고 불공정행위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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