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장단과 주요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연쇄 회동을 앞둔 그는 불명예 퇴진한 전임 원장들과 선을 그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윤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윤 원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이번 발표는 사실상 첫 기자간담회다.
윤 원장은 앞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2명의 전임 원장을 의식한 듯 외부 공식 활동을 자제해왔다. 전임 금감원장인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은 채용비리 의혹과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 등으로 각각 취임 6개월, 2주만에 물러났다.
직전 원장인 김 전 원장이 잇따른 사퇴 압박에도 불과 1주일 새 증권사,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3개 금융업권 최고경영자(CEO)들을 잇따라 만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달간의 적응기를 마친 윤 원장 거침없는 발언으로 특유의 호랑의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 혁신과제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불완전판매는 최근 여러 금융권에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특정한 방법에 의한 것 보다는 사전적 소비자 보호 장치의 틀을 만들고 사후적으로도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쪽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금융사들과의 전쟁을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또 김 전 원장이 재임 당시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밝혔던 것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생각이 다르다고 밝히며 전임 원장들과 선 긋기에 나섰다.
그는 “김 전 원장이 약탈적 대출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모든 대출이 약탈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것 때문에 적절한 산출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로 공격 행보의 첫 발을 뗀 윤 원장은 앞으로 금융사 CEO들을 직접 만난다. 증권사와 은행을 시작으로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 CEO들과의 만남을 추진한다.
첫 CEO 간담회는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되는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다. 윤 원장은 기자간담회 때와 마찬가지로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예로 들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할 전망이다.
윤 원장은 “증권사 배당사고와 같이 금융사가 기본적인 내부통제를 준수하지 않아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사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3일에는 채용비리에 이어 대출금리 산정 오류로 도마에 오른 은행장들을 만날 예정이다. 윤 원장은 특히 취임 후 논란이 된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금리, 수수료 등 가격 결정체계가 합리적으로 설계 및 운영되도록 감독·검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은행의 대출금리 부당 부과 여부에 대한 점검을 모든 은행으로 확대 실시하고 부당 영업행위 발견 시 엄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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