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회장직 내려놓고 실업자 선언해 충격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이 2019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28일 밝혔다. 별도의 퇴임식은 진행하지 않는다.
이날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 말미에 예고 없이 연단에 올랐다. 검정색 터틀넥과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이 회장은 “오늘 내 옷차림이 색다르죠? 지금부터 제 말씀을 듣게 되시면 제가 왜 이렇게 입고 왔는지 이해가 되실겁니다”라며 준비해온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 5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으며 경영 승계를 준비했다. 이후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2년만인 1985년 임원으로 승진했고, 1991년 부회장에 오른 뒤 1996년 회장에 취임했다.
퇴임 인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 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떠나면서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약 10분간 서신을 낭독하는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몇몇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퇴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퇴진을 두고 ‘쿨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창업을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말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파격적인 결정이지만 코오롱 밖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계열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코오롱 지분이 전무한 아들 이규호 전무에게 지분승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이 역시 추측일 뿐이다. 코오롱 측은 “지분 매각에 대해선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새로운 창업’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이 회장은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 새 일터에서 성공의 단 맛을 맛볼 준비가 돼 있다. 행여 마음대로 안되면 어떻나. 이젠 망할 권리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오롱 측은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아직 공개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웅렬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 발표에 재계에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코오롱그룹 특유의 낭만파적 가풍과 신념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퇴진에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인맥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것은 신체건강한 총수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겠다며 갑작스레 사퇴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영승계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 역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 측은 “전혀 관계없는 낭설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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