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 감축 10% 주장여야4당이 주장한 비례대표 강화와 정반대 방안비례대표제 없는 국가, 미국·영국·프랑스 대표적지역주의·다양성 극복 문제···‘텃밭정치’ 어쩌나
지난 10일 한국당은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은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한국당 선거제 개혁안 제출 시한으로 통보한 날이다. 이날까지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선거제 개편을 시도하려고 했다.
여야4당의 방안은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린다. 비례대표가 중요해지는 건 한국당 입장에선 현재 지지율이 여당에 비해 밀리고 있어, 썩 달갑지 않은 방식이다.
그래서 이날 한국당이 들고 나온 방안은 ‘비례대표제 폐지’다. 그러면서 의석수를 30석 줄여 270석으로 하자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방안과 완전히 대치되는 제안이다.
이에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제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가 없고,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 중에서도 영국·캐나다·호주는 비례대표가 없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영국·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대신 국민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원 증원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같은당 최교일 의원은 “이탈리아는 상원의원 수를 315명에서 100명으로 감축했고, 대만은 국회의원 정수를 50% 감축했다. 프랑스에서도 의원 수를 30% 감축한 개혁안이 나왔다”며 “올해 7일 국회가 개회했다. 이렇게 노는 날이 많은데 의원 수를 10∼20% 줄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난데없는 비례대표제 폐지를 들고 나온 배경을 놓고 정치권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의심하고 있다. 다만, 한국당이 지적한 것과 같이 해외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선진국이 있는 건 맞다. 이는 비례대표제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 선진국이 많은 유럽에서는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등 여러나라에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에서는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북미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 모두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상당수의 국가들이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에서도 비례대표제를 사용한다.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국가가 가지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신뢰성에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매번 총선 때마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논란이 일어난다.
하지만 비례대표제가 없는 국가는 지역주의로 인해 ‘텃밭 정치’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동서로, 호남과 영남으로 나뉜 것처럼 정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국가들도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영국은 대도시가 노동당의 텃밭이고 보수당은 지방을 차지한다. 미국도 남부와 북동부로 갈린 지역갈등이 투표에 드러난다.
사실 비례대표의 가장 큰 장점은 민주주의에서 강조하는 소수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 정치인이 부족한 현상을 비례대표로 채우고 있고, 젊은 정치인을 돕기 위해 각 정당은 청년비례대표를 두고 있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더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지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비례대표제 강화와 의석수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비례대표제를 강화해 한다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국민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고 봐야한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의석수 확대와 비례대표제 강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한국당도 여론을 등에 업은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야4당은 국민을 설득시켜 선거제 개편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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