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모비스 보유 현금의 25% 배당 요구車그룹 현금 유동성42兆 “합리적 배당해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엘리엇의 고배당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현대차의 유동성이 충분해 자신들의 제안이 과도하지 않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 등의 안건을 제안해 현대차그룹 측과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선임 안과 배당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현대차 측과 신경전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자신들의 배당 요구를 시장에서 반대하고 나서자 “현대차그룹은 배당금 관련 안건을 충족시키고 나서도 투자를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3000원과 4000원의 배당안을 각각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배당 1조1000억원을 포함 자기주식매입 1조원, 자기주식조각 4600억원 등 3년간 약 2조6000억원의 주주환원을 추진키로 했다.
반면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총 4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으며, 우선주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배당 총액 총 5조8000억원 어치를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에는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엘리엇 제안이 향후 회사의 투자계획 등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라며 “중장기 현금운용 계획에 기반한 배당 및 주주환원이 일시 배당액 증대 요구에 응하는 것보다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 판단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엘리엇은 현대차가 21조원 이상, 현대모비스는 1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제안(약 8조3000억원)을 충족하더라도 총 현금 보유액의 25% 정도만 환원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유동자산은 73조원, 비지배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는 약 67조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약 42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이 올라가면 배당은 따라 올라가기 마련인데, 당장 유보금에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현대차가 고배당을 해버리면 반토막 난 실적을 회복하게 되면 추후 배당금은 2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도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를 들어주면 계속 배당을 올려줘야 하는데 회사 입장에선 버티기 힘들다”면서 “엘리엇은 단기로 수익을 내고 빠지겠다는 계산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금액을 연 평균으로 나누면 약 9조원 수준이다.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 배경에는 현대차의 이같은 투자 계획은 물론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에 들어가는 수조원의 투자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민연금 등 주요 의결권 기관들은 대체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의 고배당 제안은 일제히 반대를 권고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총수 일가 및 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에 달한다. 특히 현대차(8.70%)와 현대모비스(9.45%)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현대차 측의 제안에 찬성한 만큼 주총 표 대결에서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은 3% 내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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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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