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7명→5명 축소 예정
배 대표이사 내정자는 이달 말 주총을 거쳐 현대상선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주총 이후 현대상선은 해운업계 이력이 전무한 배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한진해운 출신의 박진기 전무가 컨테이너 영업을 지휘하는 역할 분담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을 끝으로 유창근 사장과 김수호 컨테이너사업총괄 전무는 물러나고, 김만태 전략관리총괄 전무도 이사진에서 제외된다.
기존 4명의 사외이사도 3명으로 줄어든다. 산은은 현대상선 미주본부장과 컨테이너부문 총괄부문장을 지냈던 송요익 씨와 장금상선에서 일했던 윤민현 씨를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영 효율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3월 초 현대상선 주채권단인 산은은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어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대표를 차기 사장 후보자로 확정했다. 산은 발표 직후 업계에선 컨테이너 해운업 경험이 없는 인물이 현대상선 사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해운업계 30년 경력의 유창근 사장도 회사 재건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LG그룹 계열의 물류회사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산은의 요구대로 얼마나 경영 성과를 낼지 의아해 하는 분위기였다.
이같은 시장 반응에 산은은 즉각 선을 그었다. 산은은 “신임 사장 후보자는 대형물류회사 CEO를 6년간 성공적으로 역임한 물류전문가이고 영업 협상력과 글로벌 경영역량, 조직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며 적임자로 평가했다.
고려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배재훈 사장 내정자는 1983년 럭키금성상사(현 LG전자)에 입사한 뒤 LG그룹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다. 이어 범한판토스에서 6년간 회사 운영 총괄을 맡아 그동안 해운업과 인연은 없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CEO 내정에 앞서 “해운업도 과거의 영업구조에서 벗어나 대형 화주와 함께 시스템을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배 사장을 보좌해 줄 역할은 한진해운 출신 박진기 전무를 컨테이터사업총괄 자리에 앉히면서 비업계 사장의 경영 우려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산은은 해운업 전문가였던 유창근 사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임원진의 안일한 태도에 못마땅해 했다. 올 초 한진해운 출신 인력의 현대상선 투입을 검토했던 배경 역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산은의 낙하산 인사(금융전문가 등)가 아닌 점만 보면 직원들은 새 CEO 선임에 불만이 크지 않다”며 “신임 사장이 범한판토스 시절 화주들 입장에서 영업하던 시각과 경험을 잘 살린다면 경영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1만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선박 대형화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추세다. 그동안 현대상선은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이 가장 큰 선박이었다. 이 때문에 장기간 해운시황 불황에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글로벌 선사들과 선박규모의 경쟁에서 뒤쳐진 면에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 2만3000TEU급 선박 12척을 아시아, 북유럽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어서 경영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선박당 고정비 절감 등 원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 선복량은 46만TEU 수준이다. 내년 2분기부터 지난해 9월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40만TEU)을 순차적으로 인도 받으면 약 90만TEU로 확대돼 기존보다 약 2배 가까이 선복량을 확대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추가 발주 및 용선을 통해 2022년에 110만TEU 수준의 선복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2016년 300만TEU에서 지난해 450만TEU로 꾸준히 늘고 있어서 긍정적이지만 운임은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수준이고 비싼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는 선박도 있어서 지출이 많은 점은 부정적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새로운 경영진은 당장의 흑자를 기대하기 보단 지금과 같이 수송량을 늘려가면서 매출액을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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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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