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네트웍스 사업부 ‘쪼개고 합치고’이재현 회장 증여 주요 계열사 사업부 분사-합병 통해 이선호 지분 늘려갈 듯
그동안 이 회장은 4세 승계를 위해 오랫동안 밑그림을 그려왔다. 자신의 지분을 증여하고 자녀들과 함께 출자해 신규 계열사를 만드는가 하면 계열사를 합치고 쪼개기를 반복하며 밑그림을 그렸다. 지금까지는 이 부장의 경영승계 작업은 말 그대로 발판 마련으로 볼 수 있다. 이 부장이 지주사인 CJ 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이를 방증한다.
◇CJ家 4세 이선호 지주사 지분 첫 확보 = 하지만 29일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으로 분할, IT부문을 지주사인 CJ에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선호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7.97%를 넘기고 지주사인 CJ 지분 2.8%를 받게됐다. 장남 이선호 부장이 주식교환으로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신호탄으로 이재현 회장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CJ그룹 승계의 핵심은 지주회사 CJ다. 이 회사 밑으로 80여개의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재현 회장(42.07%)이 CJ의 단일 최대주주이고, 자사주(11.2%), 국민연금(7.48%) 등이 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재현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승계를 위한 밑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실제 이 회장은 CJ 지분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직전 2006년 자본금 190억원 규모의 씨앤아이레저산업을 만들었다. 당시 이 회장이 80억원(지분 42.11%)을, 장남 이선호 부장(당시 16살), 장녀 이경후 상무(당시 21살)도 각각 72억원(37.89%), 38억원(20%)을 출자했다.
이 부장이 20살이 되던 2010년 또 한 번 수십억원을 들여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CJ파워캐스트 지분 24%를 74억원에 취득했다. 장녀도 37억원에 아버지 지분 12%를 사들였다.
2013년부터는 장남을 중심으로 한 승계 밑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그해 5월 검찰은 CJ그룹이 해외법인을 통해 수천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이 구속되고 건강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승계 작업 속도는 빨라졌다.
이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 이선호 부장은 계열사에 CJ그룹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총수 공백이 얼마나 이어질 지 예측할 수 없던 상황에서 서둘러 장남을 그룹에 투입한 것.
◇핵심기업 지분증여 및 관련기업 합병 등 지속 이뤄져 = 재계에서 보는 CJ 경영승계의 핵심 기업은 H&B스토어 올리브영이다. 이 회장은 2014년 자신의 CJ시스템즈 지분 중 15.9%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증여한 다음 날이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의 합병기일이었다. 장남 이선호 부장은 주식을 물려받은 지 하루 만에 두 회사를 합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1.3%를 보유한 주요주주가 됐다.
이 회장은 2015년에도 남아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추가로 증여했고, 장남의 지분율은 15.84%로 높아졌다. 지분 증여가 마무리되자, 본격적인 회사 키우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엔 장남이 20살 때 아버지로부터 취득한 CJ파워캐스트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합병했다. 이미 주식을 가지고 있던 회사와 합치면서 이 부장의 CJ올리브트네웍스 지분율은 17.97%로 높아졌다.
이 회장은 씨앤아이레져산업도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 부장은 13.11%를 물려받아 회사 설립 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포함 총 51%를 확보하며 대주주가 됐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그동안 밑작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승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CJ그룹의 지주사 지분이 전혀 없던 장남이 단번에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아직 지분율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이 회장은 장남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또 다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CJ의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지만 아직 지주사 지분이 2%대로 너무 미약하다”며 “지분을 끌어 올리는 작업이 앞으로 이뤄질텐데 장남이 보유한 계열사를 활용한 작업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dw038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