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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태’ 8년만에 입 연 SK·애경

[현장에서]’가습기살균제 사태’ 8년만에 입 연 SK·애경

등록 2019.08.27 13:44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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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옥시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 낸 제품 판매원료 제공은 SK케미칼···첫 가습기살균제 개발사유해성 자료 부족 이유로 2016년 검찰 수사 피해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왼쪽부터 김철 SK케미칼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왼쪽부터 김철 SK케미칼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불거진지 8년만에 SK그룹과 애경그룹 오너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수천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질문에는 현재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회피해 피해자들의 원성을 받았다.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는 SK케미칼 전직 대표이사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김철 SK케미칼 대표,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 전무, 이광석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실장, 최상락 전 유공 연구원,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박찬영 AK홀딩스 상무, 송기복 애경산업 경영지원부문장 상무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옥시레킷벤키저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의 원료사, 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SK케미칼이 1994년 가습기살균제를 최초로 개발하게 된 경위와 제품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의 문제점, 원료공급, 제품 제조·판매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을 다하지 못한 기업들의 문제점, 증거인멸 시도 등 두 회사의 사건 대응과정의 문제점, 피해 지원 과정에서의 문제점, 정부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이 다뤄졌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는 SK와 애경 오너일가가 처음으로 직접 사과를 했다. SK와 애경은 현재까지 사과나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부위원장의 요구에 먼저 사과했다. 그는 방청석에 앉아있는 피해자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받으신 피해자분들, 또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 이후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된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며 “현재 재판 중에 있는데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이고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SK케미칼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어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도 “곧 재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응을 하고 사회적 책임도 성실하게 지겠다”며 “피해자 분들이 악질기업, 살인기업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부회장에 있는 동안 전부 안고 가겠으며 이번 기회에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동생이며, 현재 애경산업의 대표이사다.

그러나 이들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함께 협의체를 꾸려 사안에 대응했는지,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 고객들이 접수한 불만사항에 대해 불성실하게 대응한 이유가 뭔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공무원에게 금품, 향응을 제공한적이 있는지 등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피했다. 당시 대표이사가 아니었다, 보고를 받지 못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뿐이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특조위에서 다루지 못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조위가 다룰 수 있는 범위는 2016년 국정조사에서 확인된 사안, 이미 판결된 사안뿐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은 특조위가 조사하지 못하고 자료만 볼 수 있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방청석에서는 계속 야유와 원성이 터져나왔다. ‘사과하세요’, ‘살인기업’ 등의 비난이 쏟아지자 관련 기업 증인들은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또 이날 청문회에서는 SK케미칼이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1994년 이전에 이미 제품이 나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비공개증인으로 출석한 SK 전 부장은 “1992년 부장급 연수교육이 있었는데 당시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가습기메이트를 소개하셨던 걸로 기억한다”며 “가습기청정제라며 본인도 쓰고 가족들도 쓰는데 정말 좋으니 나중에 정식 출시되면 여러분도 써보라고 권유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SK케미칼(옛 유공)은 1994년 최초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업체로,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다른 기업에 공급했다. 애경은 SK케미칼로부터 받은 원료로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는데, 이 제품의 1~4단계 피해자는 현재(23일 기준)까지 접수된 것만 1475명에 달한다. 이는 최다 피해자를 냈던 옥시레킷벤키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이외에 애경은 ‘파란하늘맑은가습기’와 이마트 PB 제품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검찰이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할 당시에는 CMIT·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갔다.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검찰의 재수사가 지난해 말 시작됐다.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34명 등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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