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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빠져야 바닥?···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니

[긴급진단]얼마나 더 빠져야 바닥?···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니

등록 2020.03.11 17:13

수정 2020.03.11 17:24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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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급락, 장중 1900선 붕괴···4년 만에 저점사스·신종플루·메르스 때와 비교 조차 안돼이미 금융위기 수준···“예측 의미 없다”는 말도“추가적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 낙관론도 나와

얼마나 더 빠져야 바닥?···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니 기사의 사진

938.75. 2008년 10월 ‘설마 설마’하던 코스피지수의 1000선이 붕괴됐다. 당시 코스피 1000선은 강고한 저항선임과 동시에 이 선이 깨진 건 2005년 6월29일 종가기준으로 999.08에 마감된 이후 처음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증시가 패닉상태에 놓인 것이다. 지난 2007년 후반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1년 후인 2008년 들어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제이피(JP)모건에 매각된 것을 시작으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메릴린치 매각 등을 거쳐 전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는 같은 해 10월24일 장 중 연중 최저치인 938.75포인트를 기록했다. 지수는 2007년 10월에는 2000선을 넘거나, 2008년 10월 초 만해도 1400선이었는데 각각 1000포인트, 400포인트씩 빠진 것이다.

◇코스피 한달 새 315P 빠져···이미 2008년 수준 = 11일 코스피지수는 장 중 3% 넘게 급락하며 1900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무엇보다 지수는 최근 한달 새 315포인트나 빠졌는데 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달 사이 400포인트 넘게 빠진 것과 비교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11일 종가 기준으로 2223.12를 기록했는데, 이날 1908.27까지 314.85포인트나 떨어졌다. 즉 지수는 4년여 만에 1900선에서 장을 마감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저항선이었던 (장 중) 1000선이 붕괴됐던 과거 2008년 10월 24일 때와 비교하면 한달 사이(2008년 9월 23일 종가기준 1495.98→2008년 10월 23일 1049.71) 446.27포인트나 빠졌다. 리먼 때 통틀어서 코스피지수는 1500선에서 900선까지 600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과 같은 코로나발 금융위기를 두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며 ‘코스피 바닥 찾기’에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미 현재 상황은 과거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때와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발 금융위기의 심각 단계가 갈수록 커지자 바닥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으로 퍼진 충격이 돌고 돌아 국내 증시로 다시 전해졌다.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30% 폭락해 20달러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해지고 있고, 국내 국고채 금리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장중 0%대를 찍기도 했다.

간밤의 뉴욕증시가 코로나19에 맞선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기대에 급반등했던 것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4년 만에 저점을 찍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유가 급락까지 겹친 게 증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유가 급락은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데다, 세계 에너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위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급여세 면제 정책이 의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코스피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순자산)은 0.8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대체로 1900선을 지지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 지지선이 장 중 무너지자, 일각에서는 “주가 예측 자체가 의미없다”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1850선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이슈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는 상황”이라며 “코스피 낙폭이 일시적으로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얼마나 더 빠져야 바닥?···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니 기사의 사진

◇변동성 커지고 있지만···금융위기 때와는 달라 = 그런 반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19의 펜네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에도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코로나19가 과거 사스와 메르스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위기 때처럼 심각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으로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시각이 불거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현재의 위기가 과거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2008년 당시와 달리 현재 생산 부문에 있어 설비 과잉 투자 상황이 아닌데다, 대형 금융기관들의 자본건전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에는 주요국들이 생산 설비를 확대함에 따라 설비 과잉이 나타나던 시기였다”라며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디레버리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는 경제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에 있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위험자산 투자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자본건전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2008년에는 이러한 자본건전성이 낮다 보니 금융기관들의 지불 리스크가 문제됐는데 현재는 그 위험이 낮다”라고 진단했다.

최근의 코스피지수 역시 바닥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먼저 국내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국이 금리를 인하했고, 한국 또한 추경 편성 등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심리적인 공포감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이나, 과거 하락 국면의 패턴을 감안할 때 추가 적인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라고 낙관했다.

과거 코스피의 ‘폭락 뒤 반등의 추억’의 사례만 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는 설명이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해 10월 중순까지 시장은 끝없이 추락했다. 그렇지만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는데, 글로벌 공조와 미국의 1차 양적완화 정책 등 각국 정부의 재정부양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반등했다. 급락 이후 열흘 만에 코스피는 21.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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