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 두산그룹 한 직원은 두산타워 매각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을 살리는 일이 다급하다고 해도 박정원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과연 두산타워를 내주는 결정을 하겠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재계에서도 두산이 두산타워 매각엔 상당히 고민할 거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동대문 상권을 대표하는 기업이 바로 두산 아닌가. 그럼에도 시장에선 매각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단기 운영자금으로 1조원 규모의 마이너스대출을 결정하면서 담보로 설정한 게 우량 부동산인 두산타워였기 때문이다.
그 무렵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이 인프라코어와 밥캣을 지키려면 두산타워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13일 채권단에 자구안을 전달하면서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하지만 매각 리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래서 두산 직원들도 어떤 자산을 매각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설마 두산타워까지 포함됐을까” 하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두산의 본사인 두산타워는 동대문 패션상권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나란히 붙어있는 쇼핑몰 ‘두타몰’로 유명하다. 1995년 착공에 들어가 4년 만인 1999년 완공됐다. 지하 7층, 지상 34층으로 최상층은 156m에 달한다.
서울 4대문 안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웬만한 강북지역에선 두산타워가 보일 정도로 강북의 랜드마크가 됐다. 두산타워에는 상업시설이 많지만 19~34층 업무동에는 그룹 지주회사 격인 (주)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직원 1000여명이 입주해 있다.
두산은 채권단으로부터 2조40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지원받았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3조원 이상 현금화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타워가 첫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당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협상을 진행 중인데 계약 조건은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다.
두산중공업 정상화로 가는 시기는 몹시 안좋다. 코로나19 사태로 두산그룹의 자산 매각은 난항이 예상된다.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두산건설, 두산메카텍 등 많은 회사를 팔아야 하는데 상황이 최악이란 말도 나온다.
두산그룹은 다급하다.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 자금을 최우선 확보해야 하고 자구안 진행 상황을 채권단에 보여줘야 한다. 가장 빨리 처분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이다.
두산이 두산타워를 새 주인에게 넘기면 그룹의 동대문 시대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 두산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두산 오너가의 두산타워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텐데 참 씁쓸하다”고 했다.
두산타워를 팔 수 밖에 없는 경영진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룹이 흔들리는 위기에 두산타워 매각 결정은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3조원 이상 유동 자금을 조기에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분당에 트윈타워 모양으로 지어지고 있는 그룹 통합사옥이란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 협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우선 빌딩 매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산그룹이 두산타워를 처분한다면 두산을 대표하던 상징물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경영진도 두산타워가 그동안 ‘동대문 얼굴’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래서일까. 두산 측은 신사옥으로 많은 직원들이 옮겨가더라도 일부 직원들은 임대 사무실을 쓰면서 동대문에 남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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