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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 인하대 교수 “뛰어난 수학자 키우는 것, 미래 과학기술의 틀 다지는 것”

송용진 인하대 교수 “뛰어난 수학자 키우는 것, 미래 과학기술의 틀 다지는 것”

등록 2020.05.13 12:18

주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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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단장 맡아그가 교육한 수학자만 수십 명...우리나라 수학 발전 발판 만들어

송용진 인하대 교수송용진 인하대 교수

송용진 인하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위상수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지난 20여 년간 학교 수학교육과 수학영재교육을 연구하고 봉사해 온 수학교육학자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팀 단장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끈 출전팀은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1등을 거머쥐었다. 대회 출전 20여 년 만에 달성한 쾌거였다. 전 세계적으로 수학 강국인 중국,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에는 공동 1등을 차지한 중국, 미국 팀과 1점 차로 아쉽게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

송 교수는 30년 간 풀리지 않던 유명한 Harer의 추측 문제를 해결한 연구 성과와 수학영재교육에 헌신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달 ‘과학·정보통신의 날’에 정부포상 과학기술 훈장 혁신장을 받았다.

올해로 22년째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을 이끌어 오고 있는 그가 높이 평가받는 데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발굴한 수학 천재 대부분을 수학자로 길러냈다.

지금까지 그와 만난 학생 중 수십 명이 수학자로 뒤를 잇고 있다. 그가 지도해 온 올림피아드 출전 학생 대부분이 대학 진학 때 수학전공을 택하고 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에 있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지나치게 기술 개발에만 치중해 아직 우리나라의 순수 기초과학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결국 우주산업, 첨단 컴퓨터 기술 등에서 선진국을 따라 가지 못 하고 있는 것”이라며 “뛰어난 수학자를 찾아내 키워내는 일은 우리나라 미래 과학기술의 틀을 다지는 일과도 같다”고 말했다.

‘수학을 어떻게 해야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송 교수는 “수학은 누구에게나 어려우므로 어렵지만 재미있게 공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수학이 어려운 두 가지 이유를 들려줬다. 첫째는 수학은 수 천 년간 그 지식을 쌓으며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수학은 자연의 섭리를 탐구하고 설명하기 위해 발전해 왔는데 자연의 섭리 자체가 워낙 복잡하므로 그 언어인 수학은 당연히 난해하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어려운 수학을 모든 학생들을 고생시키며 배우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교육은 배운 지식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게 하기 위해 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학이 (학교 교육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요리학, 회계학, 건강학, 미용학 등보다 중시되는 이유라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이공계 전문 인력 외에도 수학을 누구나 배우게 하는 이유는 수학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서술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수학의 교과 내용 축소, 보다 쉬운 수학문제 등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과열된 입시 문화 속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또 다른 왜곡만을 불러올 뿐 그것을 통해 원래 목표인 학습량 경감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대한수학회 부회장으로 매년 전국대학생수학경시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그는 “경시대회는 수학전공분야와 비전공분야, 두 개의 분야에서 치러지고 있는데 문제들이 매우 어렵지만 수학공부를 좋아하고 이 대회에 열성적으로 참가하고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교생들의 수학 실력을 평가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수학은 명확한 답이 있지만 인문학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학에 있어서는 답이 맞냐 틀리냐 보다는 답을 내는 데에 얼마나 합리적인 사고를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평가할 때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물론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답을 평가하기 보다는 ‘답을 내는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학교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수학교사들이 학생들의 답안을 채점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평가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학교사들에게 채점시간을 책임시수의 일부로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수학에서 학업이 뒤지는 학생들 걱정을 한다. 송 교수는 우선 ‘수○자’라는 단어 사용 금지 운동부터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한 단어의 사용은 그러한 개념과 상황을 고착화하고 확대하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학은 포기해도 되는 것이고 실제로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일부러 심어줄 필요가 왜 있냐는 것이다. 수학은 원래 어려운 것이고 어렵지만 참고 노력해서 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학습 개념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수학자들은 원래 수학을 연구하는 이들이지만 대중들은 늘 수학자와 수학교육학자를 혼동한다. 그만큼 교육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일 것”이라며 “제발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렇게 어렵게 수학을 배우는 것이 수학자들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오해를 하지 말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송 교수는 인하대에서 29년 간 근무하며 5개의 동아리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과의 사적인 교류에 시간을 많이 써 왔다. 그는 수학사라는 과목을 통해 현재 과학의 역사와 역할, 그리고 미래 등에 대한 강의를 오랫동안 해 왔고 그에 대한 책을 저술 중이라고 한다. 또한 수학영재교육에 있어서의 경험을 담은 책도 준비하고 있다.

뉴스웨이 주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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