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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열기 못지 않았던 ‘회계수장 선거’···삼일회계법인 김영식 대표 당선

총선 열기 못지 않았던 ‘회계수장 선거’···삼일회계법인 김영식 대표 당선

등록 2020.06.17 16:47

수정 2020.06.17 17:12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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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거에 ‘역대 최대’ 5명 출사표·득표율대우조선 분식 회계 이후 ‘회계 개혁’에 집중

총선 열기 못지 않았던 ‘회계수장 선거’···삼일회계법인 김영식 대표 당선 기사의 사진

회계사 2만2천여명을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새 수장으로 김영식(64) 삼일회계법인 대표가 17일 선출됐다. 이번 ‘회계 수장’을 뽑는 자리는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임에도 역대급으로 ‘핫 했다’는 평가다. 지방에서 일하는 회계사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KTX 타고 지방 유세를 다닌 후보들도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케 하는 선거전이었다.

후보군도 5명으로 역대 최다였다는 설명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최고경영자(CEO)와 전직 국회의원, 전 금융 당국 임원 등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경쟁을 벌였다. 이번 선거 투표율도 역대 최고인 64.8%를 기록했다. 회비 미납자 등을 제외한 유권자 1만7920명 중 1만1624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회계사회 최초로 전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영향이 컸다.

가장 유력 후보였던 김 대표의 당선으로 결론 났다. 김 대표는 이 중 4638표(39.9%)를 획득했다. 채이배 전 의원이 유일한 40대 후보로 다크호스로 꼽혔으나 2위(3800표·32.7%)에 그쳤다.

◇선거 열풍 왜? 올해가 회계개혁 시행 원년 = “이번처럼 회장 선거에 회계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 이상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무엇보다 대형 회계법인 출신이 아닌 40대의 채이배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게 선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회계법인 ‘빅4’ 가운데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의 김영식 회장(당시 삼일회계법인 대표)이 출마했다. 여기에 현 한공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민근 안진회계법인 부회장과 중견 회계법인들을 대표하는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학계에서 나온 황인태 중앙대 교수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후보들 모두 지난 2018년 11월부터 회계 개혁을 위해 시행된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안착시킬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선거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올해가 회계 개혁 제도 시행의 ‘원년’이어서다. 회계 개혁은 2017년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정책 패키지를 말한다. 회계사회가 그간 가장 공들여 추진한 과제다.

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재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기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확대됐다.



또 이번 외감법 개정안은 주기적 지정제, 감사인 등록제, 표준 감사 시간제, 분식 회계 등 회계 부정 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먼저 주기적 지정제는 6년간 회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상장회사는 금융 당국이 향후 3년간 감사인을 직접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사는 소속 회계사 40명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 당국에 등록한 회계법인만 감사할 수 있는 내용이 감사인 등록제다. 또 표준 감사 시간제로 회계 감사를 할 때는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을 감사 업무에 투입해야 한다.

그간 기업에 ‘을’이었던 회계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업 회계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또 과거 대우조선해양 분식 회계 사건이 최근 2~3년 간 회계 개혁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주기적 지정제나 표준시간제 도입 등으로 회계사의 처우가 개선되긴 했지만, 일시에 제도가 바뀌다 보니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 감사보수 인상, 표준감사 시간제와 내부 회계 관리제도 구축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회계사는 자격정지, 손해배상 등 감사 리스크가 커져 불안해하는 게 현실이다.

◇김영식 “당선되면 기업인들 가장 먼저 만날 것···내일부터 공약 이행” = 이번 회계수장에 당선된 김영식 회장은 이미 출마의 변을 통해 최근의 회계 업계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회계개혁을 위함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회장직은 오랜 실무경험과 조직 운영 경험이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회계개혁의 본래 취지는 감사품질 제고인데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이다 보니 자칫 회계 개혁 전체가 후퇴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직에 주어진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만큼 오랜 실무경험과 전문지식, 법인 CEO로서 조직을 운영한 경험, 시장과 기업을 잘 아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7년생 김 회장은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세무, 감사부문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공인회계사회 홍보이사, 한국증권거래소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책임운영기관 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6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 후 삼일회계법인을 이끌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명실상부 국내 회계업계 최대 기업인만큼, 선거가 시작됨과 동시에 김 대표의 출마에 많은 관심이 쏠려왔다. 김 회장은 선거기간 동안 “한공회 회장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을 찾아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는데, 당선되자마자 이 공약을 바로 이행키로 했다. 오는 18일 김 대표는 중견기업연합회, 상장사협의회 등의 관계자를 만난다.

김 회장이 내세운 공약은 3가지다. △회계업계의 상생발전 정책 마련과 미래를 위한 지식 공유 플랫폼 구축 투자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대폭 축소 △여성회원과 청년회원의 활동지원, 투명한 정보공개, 원활한 소통 등이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해서도 “부실한 재무정보로 인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이 전달됐을 때 기업, 은행, 투자자 등 직접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발언키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계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먼저 찾아가고 감독당국과 소통 채널도 강화해 회계사가 규제 대상이 아닌 경제성장을 위한 동반자라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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