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C 소송 결론, 이르면 연말···패소하면 재무 부담↑코로나 여파에 실적하락 등 매물 나와도 흥행 우려건설기계부문 밥캣과 분리···사업 가치 하락 불가피
18일 금융투자업계 등 시장 전망을 종합하면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를 단시일 내 매각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산 대주주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인프라코어를 자산 매각 카드로 조기 확정한 것도 길어질 수 있는 매각 일정 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산업계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인프라코어 매각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략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프라코어 잠재 인수자가 부담이 가장 큰 것은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 건이 꼽힌다. 두산 측은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하나금융투자가 설립한 사모투자전문회사(원고)와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두산 편을 들어줬으나 2심에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소송에서 두산이 패소하면 약 7200억원의 재무 부담을 지게 된다. 두산중공업의 보유한 인프라코어 지분 가치를 경영권 프리미엄과 얹어 팔더라도 7000억~8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인수금액 대비 소송 리스크는 과도하다는 시장의 판단이 나온다.
소송 결과가 계속 미뤄진다면 매각 작업 또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김앤장을 선임해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송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 늦어지면 내년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산 측은 1심과 2심의 결과가 상반돼 현 상황에서는 소송 결과 예측 곤란으로 재무적 영향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둘째, 코로나19가 변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사업에 고전하는 시기여서 M&A 시장에선 매물 거래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프라코어도 주력 산업에 불어 닥친 실적 충격을 떠안고 있다. 인프라코어의 올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연결 기준 매출액 1조8492억원, 영업이익 1619억원이다. 증권가에선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5%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억은 27% 줄었다.
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및 엔진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한다. 인프라코어에 관심 갖는 원매자가 볼 때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든 현 시점에선 인수 매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 8조1858억원, 영업이익 8404억원을 기록했다. 두산밥캣 사업을 뺀 별도 실적만 집계하면 매출 3조7265억원, 영업이익 3634억원을 거뒀다. 인프라코어보단 밥캣 수익성이 훨씬 크다. 시장에서도 인프라코어보다 밥캣을 더 우량 회사로 평가한다.
1분기 말 기준 별도 차입금 비중은 대략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영업력 대비 차입구조가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부채는 3조7000억원 규모다.
셋째, 지난해 건설기계 영업이익의 약 63%를 차지했던 밥캣을 분리하면 기업 가치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프라코어 건설기계사업부문은 밥캣을 제외하면 매출의 약 40%는 굴삭기 등의 중국 시장에 몰려있다. 밥캣은 북미와 유럽의 소형 트랙터 사업이 주력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밥캣과 영업 관계가 있는 엔진사업 부문의 포함 여부에 따라 매물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분리 매각 과정에서 나눠지는 사업 범위에 따라 인수자가 느끼는 매력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이 지분 36.27%를 보유한 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그룹 사업구조를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으로 재편하는 방향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프라코어 사업회사는 매각하고 투자회사는 ㈜두산 또는 두산중공업에 합병해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 51.05%를 가져가는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두산의 자구안 진행 상황과 관련해 “채권단이 매각에 대해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고 기한을 정해놓으면 매각에 쫓겨 생각 이하의 가격에 팔릴 수도 있다”며 “자산 매각이 잘 진행되면 두산중공업은 조기에 정상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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