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사업구조 재편 제안 두산측 수용솔루스 등 매각 지연···끝내 우량 매물로 시선 이동업계 “인프라 매각, 두산重 자금조달 가장 쉬운 방법”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두산 측은 외국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한다.
두산은 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시키고 사업회사는 매각하겠다고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하면 약 7000억~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종가(5760원) 기준 인프라코어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여러 경로를 통해 채권단의 3조6000억원 자금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박정원 회장은 올해 안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원 이상 차입금을 갚겠다는 메지시를 두산 직원들에 전달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지난 3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조원 한도 대출을 지원할 당시 제기됐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알짜 계열사인 인프라코어와 밥캣으로 전이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구조 변경을 제안한 바 있다.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 따라 사업구조를 재편하면 두산그룹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바뀌게 된다. 인적분할로 설립된 인프라코어 투자회사가 밥캣 지분을 갖고 두산중공업에 편입되면 두산중공업이 밥캣을 거느리게 된다.
한 가지 차이점은 유력하게 예상되던 인적분할 회사가 두산중공업이 아닌 인프라코어로 결정 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두산 대주주가 밥캣을 매개로 두산중공업 정상화에 최우선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한다. 이 방법을 쓰면 두산중공업이 밥캣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인프라코어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은 5조원, 부채는 3조5000억원이다. 연간 매출액 3조1000억원, 영업이익 1782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서둘러 자구안 진행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압박한 게 인프라코어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솔루스, 두산건설, 두산메카텍 등 매각 지연으로 대주주가 우량 매물로 분류되던 인프라코어로 시선을 옮긴 것으로 판단했다.
증권가에서도 자산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가 밥캣이 아닌 인프라코어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자금조달을 위한 가장 쉽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솔루스, 퓨얼셀 등은 ㈜두산과 지배주주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 후 ㈜두산이 다시 두산중공업에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이 지분을 직접 보유한 지배 자회사로 매각하면 바로 두산중공업에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공개 매각으로 전환하면 건설기계, 엔진 등과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관심을 갖고 뛰어들지도 주목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 등 금융권에서 SK, 한화 같은 M&A(인수합병) 큰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두산이 보유한 건설기계, 장비 사업에 관심있는 기업이 아니면 인수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코어는 중국법인(DICC) 지분 매각과 관련해 7196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매각 성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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