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상장 3일 만에 ‘20만원선’도 무너져9월 이후 공모가 하회하는 ‘새내기株’ 속출증권가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학습효과”공모주 열풍 끝물 속 ‘기관 배불리기’ 지적도
빅히트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부터 고평가 논란과 함께 높은 BTS 의존도와 엔터주의 한계 등이 리스크로 지적돼왔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의 부진이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로 시작된 공모주 투자 열풍이 이번 빅히트 상장을 기점으로 ‘끝물’에 다다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모두 최근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든 가운데, 신규 상장한 새내기 공모주들 역시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들이 속출하면서 공모주 열풍을 이어갈 만한 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초 이후 상장한 공모주 11개 종목 중 절반가량인 5개 종목이 지난 16일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종목은 압타머사이언스, 비비씨, 핌스, 박셀바이오, 원방테크 등으로 현재 이들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22.5%다.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은 비비씨로 이날 현재 공모가(3만700원) 대비 수익률 –36.8%를 기록하고 있다. 비비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977.5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햇다. 당시 상장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실제 수요예측 참여 물량 99% 이상이 공모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반 청약률도 464.19대 1을 기록하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기대와 달리 상장 후 한 번도 공모가에 도달하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비비씨는 미세모 소재 기반 덴탈케어 전문기업으로 현재 국내 칫솔모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상장 전부터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까지 높은 관심을 받았던 빅히트의 급락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빅히트는 지난 15일 상장과 동시에 따상을 기록했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한가에서 내려앉은 뒤 쭉 미끄러졌다. 특히 공모주를 배정받은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첫날부터 640만주가 넘는 대량 거래가 터졌다.
결국 상장 첫날을 시초가(27만원)보다 4.44%(1만2000원) 내린 25만8000원에 마친 빅히트는 이튿날인 15일에도 전장 대비 무려 22.29% 급락한 20만500원까지 주저앉았다. 한때 12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6조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에 빅히트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을 환불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다. 지난주 빅히트 상장 후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사들인 빅히트 주식은 4000억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빅히트 주가가 상장 초반 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와 공모가 고평가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고점에 물린 경험이 있거나 이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으로 1억원을 넣고 빅히트 2주를 받은 개인투자자 A씨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직후 반짝 오르다 금방 하락세에 접어든 것을 보고 빅히트는 무조건 첫날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장이 열리자마자 매도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지난 7월 2일 상장된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4만9000원이었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인 9만8000원에 시초가가 결정된 직후 상한가를 찍으며 첫날 주가는 12만7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사흘 만에 21만4500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지난 16일 기준 15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전히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높은 금액이지만, 주가가 오르는 도중에 추격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도 비슷한 패턴이다. 상장 첫날인 지난달 10일 공모가(2만4000원)의 두 배로 시초가(4만8000원)가 정해진 이후 첫날 ‘따상’에 이어 ‘따상상’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했다. 한때 8만91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16일 기준 4만58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초가 아래로 떨어졌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IPO 시장은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 투자에 대한 열풍 등을 배경으로 매우 뜨거웠다”면서 “하지만 몇 차례의 IPO 투자 경험을 통해 IPO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과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공모주 열풍을 겪으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주 투자가 기관 및 외국인 ‘배불리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거액의 청약 증거금을 내고도 손에 쥘 수 있는 주식이 몇 주에 불과한 데 비해 전체 공모주식의 70% 가량이 기관투자자에 우선 배정된다. 빅히트의 경우에도 전체 공모물량(713만주)의 60.06%인 428만2309주를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한 반면 일반 청약자와 우리사주조합은 각각 142만6000주(20%)씩 배정받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과열 분위기 속에 신규 상장한 주식들은 시초가에만 팔아도 50% 이상의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만약 빅히트처럼 상장 전부터 대어로 분류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작할 경우 상장 직후 물량을 청산하는 사례가 많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빅히트의 주가가 상장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는 가운데 기관이 보유한 주식이 앞으로 한 달 안에 대량으로 풀릴 예정이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향후 한 달 안에 의무보유 기간을 마치고 시장에 풀리는 기관투자자 보유 빅히트 주식은 총 152만7000여주에 이른다. 이들 주식은 기관이 이번 공모에서 배정받은 428만2000주 중 35.68%다. 이 중 1만3000여주는 의무보유 기간이 15일, 26만2000여주는 1개월이다.
현재 유통 가능한 빅히트 주식이 약 670만주임을 고려하면 이의 약 23%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에 새로 추가된다. 게다가 이미 상장된 보통주 외에 상환전환우선주 88만8000여주도 언제든지 보통주로 전환돼 추가 상장될 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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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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