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쿠팡’ 등장에 존재감 사라졌는데IPO 주관사 선정 때도 IB들 이목 못 끌어공모주 투자자들 관심도 낮아, 게시글도 0계속 바뀌는 오너·불투명한 비젼에 매력 떨어져
심각한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마저도 거의 제로인 상태다. ‘티몬’이라는 익숙한 브랜드 네임답지 않게 공모주 투자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최근 게시글이 단 한건도 없다. 총 5개의 게시글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9년 전 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티몬의 내년 상장이 힘들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3년 전에도 상장 추진→매각→상장 재 추진 = 사실 티몬의 이번 상장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티몬은 상장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는데, 실적 악화가 원인이었다. 다시 말해 티몬 대주주가 현재의 사모펀드(PEF)로 바뀌면서 매각을 추진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결국 다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티몬은 지난 2010년 쿠팡, 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 업체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한 회사다. 하지만 티몬의 존재감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졌는데, 경쟁자였던 쿠팡이 국내 유통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 잡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매출액 규모로 봐도 쿠팡과 큰 차이가 나는데, 10년 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음에도 쿠팡은 작년 매출액이 7조1536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티몬은 겨우 1786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위메프(4653억원)보다도 뒤쳐지는 성적표다.
다른 이커머스 경쟁업체에 밀리는데도 티몬이 굳이 상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티몬의 최대주주는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인데, 이들이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는 ‘투자 이후 회수’까지 통상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점이 이르러서야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곧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티몬은 기업공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최상의 시나리오는 내년 쯤 상장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상장을 통해서만 자금회수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티몬 대주주는 오히려 매각하는 방법을 더 선호했다. 한 때 ‘롯데의 티몬 인수설’도 나왔다. 그러나 자본잠식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다른 경쟁업체들에게까지 점차 밀리자 티몬 매각은 계속 불발될 수밖에 없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 비젼보단 자금 회수 목적 강해 관심 못끌어 = ‘매각’이라는 카드도 소용없자 다시 ‘상장’ 카드를 꺼내든 티몬. 그러나 상장 초기 작업 또한 만만찮았다.
주관사 선정 과정 초반부터 금투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증권사들의 참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다. 결국 증권사 2~3곳만 주관사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됐고, 미래에셋대우가 딜을 맡았다. 예상외의 저조한 IB들의 관심에 이때부터 이러다 IPO 일정이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계속되는 자본잠식 때문이었을까. M&A업계에서는 티몬의 계속되는 자본잠식이 매각의 불발 요소였어도, 금투업계에서는 이제는 단점으로 작용되지 않았다. 3년 전과 다르게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한 ‘테슬라 상장’ 제도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덩달아 나스닥 상장 추진을 밝힌 경쟁사 쿠팡 역시 수년간 자본잠식에 허덕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접촉)가 늘어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여느 때보다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이로 인해 티몬은 올해 1분기 첫 흑자 기록에 성공했고, 쿠팡도 이를 이용해 뒤따라 상장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티몬이 IB들의 관심을 못 끌었던 이유는 IPO를 통한 뚜렷한 비젼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그래도 잦은 회사 주인 교체(신현성 의장→리빙소셜→그루폰→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장기 전략이 줄곧 부재했던 회사였는데, 현재 대주주가 사모펀드이기까지 한 티몬. 즉 비젼보다는 ‘자금 회수’라는 목적이 커 금투업계에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습이다.
가까스로 상장한다고 해도 IPO 흥행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국내 굵직한 기업인 ‘ING생명보험’과 ‘삼양옵틱스’도 3년 전 상장을 시도했는데 PEF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참패한 이력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EF들은 대부분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IPO를 실시한다”라며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상장하는 경우 기관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일단 티몬은 ‘자금 회수’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만큼 상장 의지는 있어 보인다. 지난달에는 40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고, 이 투자금은 내년 IPO를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거래소 측의 요구에 따라 자본잠식 해결을 위해 최근에는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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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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