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는 유일한 업체였던 A사의 제작도면을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의 고객인 선부 P사가 B사로부터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받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는 30년 이상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해온 업체다.
현대중공업은 A사의 선박용 조명기구 제작도면을 B사에 전달해 B사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A사와 B사의 이원화, 경쟁 관계가 형성되면서 단가 인하율이 7%로 높아진 사실도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B사를 하도급업체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실수'’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선주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도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제품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기어 커플링, T자 파이프 등 5개 선박용 엔진부품 입찰 과정에서 기존 하도급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 제공하고 견적 제출을 요구했다. 이 입찰 결과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받아 제품을 제작한 제3의 업체가 일부를 낙찰받아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2015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총 80개 하도급업체에 모두 293개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에게 제출할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해 취합, 전달한 것뿐으로 실질적 서면 교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당 목적이 기술 자료 요구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사전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이런 행위들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직권인지를 통해 업계에 만연해 온 기술유용 관련 실무 행태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선주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하도급 업체로부터 도면 등을 제공받아온 그간의 업계 관행이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첨단 기술 분야의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옛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했고 조선관련 사업부문 전부를 분할하면서 새로운 현대중공업을 신설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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