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 성공할까?···12월14일 주총 31 대 69의 싸움

등록 2020.11.04 11:13

수정 2020.11.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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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균등감자 결정, 잉여금 7441억 결손 보전시장선 대주주 책임묻는 차원의 차등감자 예상채권단 측 재무적 손실 떠안지 않겠다 선 그은 셈금호석화·소액주주 지분율 69%···보통결의로 진행전자투표제로 주총 참여율 높을듯···부결 가능성 제기

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무상감자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경우 차등감자가 일반적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균등감자를 선택하며 일반주주들이 ‘날벼락’을 맞게 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휘 아래 이뤄진 이번 감자 안건은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다.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일반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만큼, 안건 통과가 버거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3대 1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이번 감자는 액면가액 5000원의 보통주 3주를 보통주 1주의 비율로 무상 병합하는 균등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나 환급이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1억1162억원 규모인 자본금은 감자를 거쳐 3721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차익은 약 7441억원이다. 이 규모만큼 자본잉여금이 발생하면서, 결손금을 보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채권단과 협의를 거쳤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며,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나온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별도기준 아시아나항공 자본잠식율은 56.28%를 기록했다. 추가 자본 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자본잠식률을 50% 밑으로 떨어트릴 방안이 마땅치 않고, 관리종목 지정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 작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당초 시장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악화가 대주주의 부실경영에서 비롯된 만큼,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감자 비율을 달리해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채권단은 균등감자를 택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대주주 지분은 매각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다”면서 “작년 4월 매각 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고, 거래종결을 앞둔 인수합병(M&A)이 코로나19로 무산된 점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지분에 대한 권리가 채권단으로 넘어간 만큼, 차등감자에 따른 리스크를 채권단이 떠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채권단이 차등감자를 선택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떠앉게 되기 때문에 균등감자를 결정, 피해 최소화를 꾀한 것.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차등감자를 실시할 경우 최대주주 금호산업과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의 자본금이 축소된다. 이들 회사의 부채비율이 확대되면 돈을 빌려준 산은의 건전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균등감자를 선택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의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한 균등감자 선택은 일반주주들에게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로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균등감자에 반대하는 공식 서면을 채권단에 전달했지만 외면당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자를 단행하려면 가장 큰 난관인 임시 주총을 거쳐야 한다. 자본감소는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특별결의를 따르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상법상 자본금 보전이 이유인 경우 보통결의로 진행된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가 가능하다. 보통결의는 출석주주의 2분의 1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기준만 충족시키면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금호산업 30.77%, 금호석유화학 11.02%, 소액주주 58.20% 등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여서 공식적인 의결권을 가지지 못한다.

임시 주총은 오는 12월14일 열린다. 금호석화는 균등감자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있는 만큼,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화만으로는 승부를 뒤집기 역부족이다. 관건은 소액주주다. 주주 참여율이 높을수록 반대표 비중이 커지는 만큼, 균등감자 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부터 전자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액주주 역시 이번 감자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함으로 미뤄볼 때, 투표율은 평균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