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축소에도 3분기 누적손실 440억만년 적자 에잇세컨즈 매장 출점은 지속 이재용 부회장 패션 사업 축소할지 관건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패션의 수익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수년 간 흑자와 적자를 넘나들며 불안정한 실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89억 원 2016년 4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7년에는 326억 원이라는 영업익을 내며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8년 다시 이익이 24.2%나 뒷걸음질쳤다. 이서현 이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다시 개선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예기치 못한 질병악재에 지속 성장에는 실패했다.
실제 삼성패션은 지난해부터 주력 브랜드인 빈폴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도해 올해 재도약의 해로 삼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복병이 발목을 잡으며 올해 역시 적자 탈피에 실패했다. 최근 3분기 삼성패션의 매출은 3410억 원으로 9% 가량 줄어들었으며, 영업손실 흑자전환도 어렵게 됐다.
온라인 매출에 힘입어 영업손실은 전분기(2분기)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진 못했다. 이에 올해 총 누적 매출은 약 1조7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 감소했으며, 누적 영업손실은 440억 원 규모다. 더욱이 한때 대표 SPA 브랜드로의 성장을 예고했던 에잇세컨즈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이사장의 간판 브랜드로 출시 초기부터 공을 들여온 브랜드다. 하지만 유니클로·ZARA 등 국내 진출한 브랜드들에 밀려 매년 영업적자가 불가피했다. 투자 대비 패션 부문의 수익성을 저하시킨 주범으로 떠오른 셈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부실 매장 위주의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 말 기준 에잇세컨즈 대형 매장 중 하나인 강남점 영업을 8년만에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도심에 위치했단 점에서 임차료 부담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강남점은 인근 상권의 랜드마크로 통했던 만큼 이번 폐점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삼성패션은 주력 브랜드인 빈폴 스포츠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다. 빈폴은 삼성패션의 대표 토종 브랜드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해 수익개선을 꽤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빈폴 리뉴얼에 앞서 부실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2014년 합작 투자해 설립한 법인인 네추럴나인을 해산했다.
또 20년 동안 운영하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국내 라이선스 사업을 접는 등 해외 수입 브랜드도 정리 수순을 밟았다. 이번 빈폴스포츠 정리는 그동안 실행해온 부실 브랜드 철수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빈폴 계열의 브랜드 축소는 삼성패션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패션이 빈폴스포츠·빈폴악세서리 사업을 접거나 축소한 것을 두고 타 브랜드들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까지 겹치며 조직 내 변화가 일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행보를 앞두고 저수익성 사업 부문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 부회장은 그룹 내 굵직한 M&A를 단행한 전례가 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그룹의 이익 실현을 위한 M&A를 직접 이끌었다.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을 매각했고, 2015년에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팔았다. 2016년에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했다.
다만 패션부문 전체를 매각하기 보다는 사업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물산이 수익 악화 속에서도 삼성패션을 놓지 못하는데는 그룹의 모태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그간 보여준 M&A 스타일은 실용있는 사업들로 분류된다”며 “물산 사업 내 대표적인 저수익 사업으로 꼽히는 패션 사업을 축소하거나 다방면으로 M&A를 검토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귀띔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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