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주식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 논의상폐시 필요자금 108조 추산···내부선 반대 목소리
블룸버그통신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손 회장이 ‘스퀴즈아웃(squeeze out)’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갖게 될 때까지 발행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퀴즈아웃은 지배주주가 지배주주 이외 주주들의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모두 사들인 뒤 해당 기업의 상장을 폐지하는 것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약 27%의 지분을 보유한 손 회장이 다른 주주들을 추월할 때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슬로우번(Slow-burn)’ 방식의 새로운 전략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증시 규정상 자사주 매입은 기존 주주에게 25% 정도의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지만 슬로우번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회사 측이 주가가 내릴 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또 손 회장의 지분율이 66%에 도달하면 다른 주주로부터 미보유 지분을 매입할 권리가 발생해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소프트뱅크의 상장폐지설은 지난 2015년에 처음 제기됐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 매수 이후 손실이 커지면서 시가총액이 670억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에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저평가받는 상황에서 유통 중인 주식을 매입해 상장폐지한 뒤 비공개 기업으로 회사를 보다 자유롭게 경영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되면 외부 압력 등이 줄어 좀 더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주장 등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프트뱅크 역시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었고, 이에 손 회장은 상장폐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자산 매각을 통해 800억달러(약 86조752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미 1조3500억엔(14조54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내년 6월까지 추가로 1조5000억엔어치(15조6156억원)를 매수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은 최근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했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지분 등도 처분했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자사주 매입을 위한 현금 확보 작업이라는 해석이 많다.
다만, 소프트뱅크그룹 내부에서는 손 회장의 일방적인 상장폐지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비상장 전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자진 상장폐지설이 언급될 때마다 회사 주가가 오히려 급등해 주식 공개매수 비용이 급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간 직후 전날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57% 오른 7489엔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2000년 3월 이후 2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상장폐지 계획을 밝힐 때마다 임원들이 이를 언론에 흘려 주가를 띄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프트뱅크가 비상장사 전환을 위한 지분 매입에 필요한 현금을 약 1000억달러(108조74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불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그 여파로 작년 11월에는 소프트뱅크의 38년 역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비공개 회사 전환은 그동안 몇 차례 검토돼왔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만약 자진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도쿄증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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