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거부권 무력화 방침···공화당도 동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독일, 아프가니스탄을 언급하며 이곳에 주둔한 미군 감축을 제한한 NDAA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하겠다는 기류가 강해 재의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유감스럽게도 이 법은 중요한 국가 안보 조치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조치에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우리 행정부의 노력에 반한다"며 "이 법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이 법의 많은 조항은 특히 우리 군대를 미국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반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대통령의 능력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나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위헌"이라며 "얼마나 많은 군대를 배치하고 아프간과 독일, 한국을 포함해 어디에 배치할지에 관한 결정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의회가 이 권한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주독미군을 현 수준인 3만4천500명 이하로 줄일 경우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감축 시에도 평가보고서를 제출토록 해 감축을 어렵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주독미군을 2만4000명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도 발표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석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내지 감축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회에 보낸 이번 메시지처럼 공개 문서를 통해 한국에 주둔한 미군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NDAA와 관련한 우려 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 한국, 독일에서의 군대 철수와 배치에 관한 조항이라며 한국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와 관련해 플랫폼 운영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가 NDAA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거부권 행사 사유로 적시했다.
또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기지와 군사시설 명칭을 재명명하는 조항이 들어간 부분,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이 전용할 수 있는 군사건설자금의 양을 제한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법안 통과 전부터 거부권 행사를 경고해 왔고, 상원과 하원은 이에 대비해 오는 28∼29일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회의 일정을 잡아둔 상황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미 언론은 NDAA가 3분의 2가 넘는 찬성으로 상·하원을 각각 통과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도 거부권 행사 무효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재의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우리 군대에 해를 끼치고 안보를 위험하게 만들며 의회의 의지를 훼손하는 무모한 행동"이라며 오는 28일 재의결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의회가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 간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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