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씨티그룹 13개 나라 소매금융업 철수씨티銀 “사업재편 시기·매각 방식 등 미정”소매금융 부문 인수가 약 2조원 중반 예상DGB·JB 등 지방금융지주·OK금융 등 눈독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한국을 비롯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 부문 영업을 철수하고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 ▲영국 런던 등 4개 나라에서만 소매금융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개선될 수 있는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이로써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986년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한 후 35년 만에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손을 떼게 됐다. 소매금융 시장에서는 철수하지만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은 계속 영업을 유지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967년 한국에 진출한 후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오늘날의 한국씨티은행이라는 간판을 달아왔다.
◆韓씨티은행, 2년새 소매부문 실적 80%↓···당기순익도 30%대 감소
한국씨티은행이 이번 철수 대상에 포함된 가장 큰 이유는 소매금융의 실적 악화다. 최근 2년 새 한국씨티은행 개인·소매 부문 당기순이익은 최근 80% 가까이 줄었다.
한국씨티은행 개인·소매 부문 실적은 5년 전인 2016년 -78억16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7년 23억8700만원으로 집계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2018년에는 720억6400만원으로 무려 3000%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2019년 개인·소매 부문 당기순이익(365억4900만원)은 2018년보다 49.28% 줄어들면서 고꾸라졌다. 1년새 실적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지난해 역시 148억42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 역시 2018년(3074억600만원)에서 2019년(2784억4600만원) 9.09% 감소한 뒤, 1년새 32.8% 추가로 줄었다.
철수 움직임은 지난 2017년 점포 수를 133개에서 44개로 대폭 줄였을 때도 철수설이 나돌았다. 당시 씨티은행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일 뿐 철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기조 영향인지 한국씨티은행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예치금 추이는 2016년 9540억7200만원에서 2017년(1조4361억4300만원) 최근 5년 내 최고액을 달성했다. 2018년에는 8784만6000만원으로 38.83% 감소했지만 이듬해 9694억원까지 끌어올려 예년 수치를 회복했다.
지난해(9166억2900만원) 역시 코로나19 타격에도 감소폭이 5.44%에 그쳤다. 개인·소매 부문 당기순이익이 80% 줄어든 데 비해 타격이 적었다. 그간 실적 관리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왔던 대목으로 읽힌다.
이 가운데 시장은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인수를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까지 한국씨티은행은 사업재현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16일 금융당국은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출구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측 인수가 2조원대 중반···DGB금융·JB금융·OK금융 유력 후보
유력한 매각 방안은 소비자금융 부문의 별도 매각이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순자산은 6조3400억원이다. 만약 소비자금융 부문만 따로 매각할 경우 인수가는 2조원 중반대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은행은 지방금융 그룹과 제2금융권이다. 대표적으로 DGB금융지주(대구은행), JB금융지주(광주은행·전북은행), OK금융그룹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지방금융지주 중 1위인 BNK금융지주는 현재 경남은행과 부산은행간 내부 갈등이 있는 만큼 시장이 예측하는 인수 후보에서는 제외됐고, 대구은행은 이날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방은행들이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을 인수자로 지목돼 온 가장 큰 이유는 서울·경기권 시장 확장에 필요한 영업점 확대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 영업점을 133개에서 44개로 대폭 줄였다. 현재 남아있는 영업점은 43개다. 이 중 서울·경기권 영업점은 서울 22개, 경기도 9개다. 소매금융 관련 영업점은 전국 36개다. 관련 직원은 93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전신 중 하나인 옛 경기은행이 오랫동안 인천·경기지역에서 영업을 했던 덕분에 서울 이외 수도권 지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이를 바탕으로 봤을 때 한국씨티은행의 서울·경기권 영업점은 지방은행 중 서울·경기에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광주은행(25개)보다 많은 수치다. 같은 JB금융지주 계열 은행인 전북은행도 서울·경기 소재 영업점은 12개, DGB금융지주 계열은행인 대구은행 역시 7개에 불과하다.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봤을 때는 지난해 기준 전북은행(1241억2700만원), 광주은행(470억6185만원)이 한국씨티은행보다 적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은행 중 DGB대구은행만이 지난해 개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익 2468만44만원으로, 씨티은행보다 더 많이 집계됐다.
제1금융권 진출이 목표인 OK금융그룹도 인수자로 꼽힌다. 대부업이 모태인 OK저축은행 개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2018년 956억5008만원에서 지난해 1851억3655만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보유 자산 역시 9조162억원으로 집계돼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 중 2위로 올라섰다.
한국씨티은행 소매부문 인수 여건은 충분한 셈이다. 다만 은행업 인가가 없기 때문에 당장 인수에 나설 자격은 없다. 따라서 추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 부문을 어떻게 쪼개고, 가치 산정을 어떻게 할지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인수전 구도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한국씨티은행은 개인 신용카드 사업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수 은행 입장에서는 영업점 확장을 비롯해 해외 카드 부문 수수료 이익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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