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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vs지주택···둘로 쪼개진 신길16

[지주택 현장 가보니①]공공개발vs지주택···둘로 쪼개진 신길16

등록 2021.06.16 14:04

수정 2021.06.22 14:22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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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꿈 먹는 좀비인가 조력자인가주택법 개정에도 지주택 논란은 여전뉴타운 해제 아픔에 “공공개발이라도”자진 신청했지만 지주택 탓 등에 탈락

<편집자주>
“공공재개발로 하면 5년, 민간재개발로 하면 10년,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은 평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지주택 사업이 실제로 착공까지 이어지기가 굉장히 오래 걸리거나 아예 멈추는 경우가 많아 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성공률이 희박하다는 얘기인데 그도 그럴것이 토지 소유주의 95% 이상이나 동의를 얻어야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는 지주택 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값이 갈수록 고공행진 하는데다 아파트 청약 당첨 또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중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광고, 이들 상당수는 지주택으로 진행되는 아파트인데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유혹거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행히 작년에는 지주택 사업의 안전장치를 규정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허점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뉴스웨이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지역 주택조합 현장을 3회에 걸쳐 둘러본다.

공공재개발 자진 신청했지만 이번에 탈락한 신길16구역. 15구역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현재 이 곳 주민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빨리 재개발되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16구역 앞에는 바로 아파트 단지들이 보인다. 사진 = 김소윤 기자공공재개발 자진 신청했지만 이번에 탈락한 신길16구역. 15구역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현재 이 곳 주민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빨리 재개발되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16구역 앞에는 바로 아파트 단지들이 보인다. 사진 = 김소윤 기자

16일 본지는 지주택과 얽혀있는 재개발 지역들 중심으로 취재했다. 그 중 하나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16구역이다.

신길16구역은 과거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일부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결국 해제된 곳이다. 그럼에도 재개발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난 3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공모에 자진 신청했지만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곧 신안산선인 도림사거리역이 들어설 예정인데다 직접 수혜지역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지주택과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주택 관계자들은 이미 3년 전인 2018년부터 신길16구역 일부 토지 소유자들 상대로 동의를 받은 상태였다. 한 마디로 현재 신길16구역은 지주택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로 나뉘어진 셈이다.

지주택이란 동일지역범위에 거주하는 주민이 아파트 혹은 주택 등을 건설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한 후 사업의 주체가 되어 토지를 매입하고 해당 조합원들은 '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 건설 방식이다. 해당지역 주택 및 토지소유자로 이뤄진 재개발·재건축조합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비슷하면서도 일정부분 차이가 있다.

신길16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주택 홍보관. ‘호반 써밋’이라고 시공 예정사 혹은 브랜드를 강조하며 대로변에 현수막으로 홍보한 곳이기도 하다. 분양가격은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7억8천만원대였다.신길16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주택 홍보관. ‘호반 써밋’이라고 시공 예정사 혹은 브랜드를 강조하며 대로변에 현수막으로 홍보한 곳이기도 하다. 분양가격은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7억8천만원대였다.

본지는 신길16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주택 홍보관에 직접 다녀왔다. ‘호반 써밋’이라고 시공 예정사나 브랜드를 강조하며 대로변에 현수막으로 홍보한 곳으로 직접 방문했다. 모델하우스 대신 홍보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은 지주택 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홍보관에 들어서자마자 지주택 직원들은 분양가부터 강조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7억8000만원대였다. 1층이긴 해도 서울 아파트 25평(전용면적 59㎡)를 5억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신길16구역과 인접해 있는 신길14구역의 센트럴 아이파크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15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지주택이 제안한 분양가는 매력적인 가격인 셈이다. 또 현재 신길16구역 지주택이 제시한 분양가는 4년 전(2017년) 신길 센트럴 자이 분양가(전용 59㎡ 5억3080만원, 전용 84㎡ 6억2300만원, 최소가격)와 흡사한 수준이다.

조합원이 원한다면 착공 전에 투표해서 ‘호반 써밋’ 외 다른 브랜드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고 지주택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현재 호반건설 아파트 브랜드 ‘써밋’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으로 이는 시공사 선정에 있어 호반건설에 우선권을 준다는 얘기”라며 “조합원들이 원한다면 다른 건설사 브랜드로 교체가 가능하다. 대신 평당 300~500만원이라는 추가 분담금은 불가피할 듯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신길16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주택 홍보관 내의 모습. 현재 호반건설 아파트 브랜드 ‘써밋’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 = 김소윤 기자신길16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주택 홍보관 내의 모습. 현재 호반건설 아파트 브랜드 ‘써밋’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5억원에 내 집 마련···지주택이라도’vs‘아직은 부정적 이미지···꺼려하는 주민들’ = “공공재개발은 오래 걸려요. 왠만해선 민간(지주택)으로 하세요.” <신길16구역 지주택 관계자>

신길16 지주택 관계자는 “공공보다는 민간 재개발이 낫다”라고 강조하며 해당 지역의 조합원에 가입하기를 권유했다. 현재 신길16구역 상황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과 지주택 조합에 가입해서라도 빨리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여전하다는 속뜻도 엿볼 수 있었다.

앞서 신길16구역은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공모한다는 소식에 자진 신청했지만 결국 보류됐다. 당시 뉴타운과 공공재개발이 모두 좌절된 신길16구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임대료로 노후 생활을 하고 있는 일부 집주인들의 반대가 심해 뉴타운에서 해제되더니 이번에는 지주택이 3년 전(2018년)부터 이미 3분의 1 가량 되는 토지를 이미 매입한 이유 등으로 공공재개발 선정에서 탈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길16구역 지역과 얽혀있는 지주택은 해당 지역의 토지를 다 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사들인 토지만을 갖고 사업 추진 중에 있는 것이다. 현재 이들의 사업장은 신길 센트럴 아이파크(신길14구역) 맞은편에 있는 도로변 지역이다. 바로 앞에는 신안산선인 도림사거리역이 2년 후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주택 관계자는 “뉴타운 해제 때처럼 월세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반대는 예나 지금이나 극심했다”라며 “이에 우리는(지주택) 중요한 토지부터 먼저 매입해 결국 주변 토지 소유주들이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알박기”식으로 작업하며 동의율을 끌어 올렸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사업 지연, 천문학적인 추가 분담금 등 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안다”라며 “하지만 신길16구역 같은 경우 상황이 조금 달랐다. 해당 주민들이 먼저 추진위를 꾸리고 우리(지주택)에게 사업을 진행하자고 연락이 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주택은 잘 알아보고 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데 신길16처럼 추진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아니면 업무대행사(지주택)가 먼저 시작했는지 구분 지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주택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로 중장년층이 관심을 기울였는데, 최근에는 젊은 청년들도 많이 방문하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최근 집 값 상승이 심상치 않은데다 청약 당첨 확률 또한 희박하고 설령 청약에 당첨되도 분양가가 최소 7~8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전달했다. 최근에는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던 인근의 SK뷰(신길5구역) 물량이 풀렸는데, 제일 작은 평수 분양가가 12억원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대기했는데 대부분 청년층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했다. 해당 지역에 사는 한 주민 A씨는 “예전에 인근 지주택에 가입했는데 결국 사업이 지연돼 조합원에서 탈퇴한 일이 있었다”라며 “당시 업무추진비 3천만원만 날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리스크가 잠재된 지주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공재개발을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주택이 매입한 신길16 일부 토지는 시장터들이 즐비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해당 지주택 관계자에 따르면 시세로 토지 혹은 건물들을 사들이기 때문에 이미 상가 주인들도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위에는 현재 신길16구역 시장터 모습/아래쪽은 해당 지역의 모델하우스 부분. 사진 = 김소윤 기자지주택이 매입한 신길16 일부 토지는 시장터들이 즐비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해당 지주택 관계자에 따르면 시세로 토지 혹은 건물들을 사들이기 때문에 이미 상가 주인들도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위에는 현재 신길16구역 시장터 모습/아래쪽은 해당 지역의 모델하우스 부분. 사진 = 김소윤 기자

◇토지 3분의 1중 15%는 지주택이 매입, 동의률은 50%라는데 = 현재 신길16구역은 일부 주민들 사이서 공공재개발을 위한 동의서 제출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지주택의 주장에 따르면 이미 해당 지역의 15% 토지를 매입한 상태라 쉽지 않은 모양새다.

흔히들 지주택은 재개발 꿈을 먹는 ‘좀비’ 혹은 ‘조력자’라고 표현하는데 이들 (공공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주택이라는 존재가 꿈을 갉아먹는 ‘좀비’인 셈이다. 해당 주민은 “지주택 때문에 공공재개발 공모에서 탈락됐는데 현재까지도 여전히 걸림돌”이라고 토로했다.

지주택이 이미 사들인 일부 토지를 떼어 놓은 상태에서 공공재개발을 신청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전반적으로 노후도가 저하되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지난 2014년 뉴타운이 무산되자 빌라나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임대료로 노후 생활을 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반대 또한 여전해 가까스로 추진한다고 해도 낮은 동의율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나머지 필지(지주택이 매입한 토지 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주택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추후 2단지를 계획 중”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하고 있는 재개발 사업 성과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신길 16구역 재추진’ 카페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지주택 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이는 중이다. 신길16구역의 한 주민은 “이 곳은 곧 역세권에 들어서는 만큼 사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지역이다. 지주택만 아니었어도 공공재개발 혹은 공공주도재개발에서 반드시 선정됐을 것”이라며 “지주택 때문에 현재 민간 재개발조차 어렵게 됐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신길16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일부 구역들 중심으로 각각 공공재개발 공모참여 동의서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작성해서 보내고 있다”라며 “지주택에 의해 잘려진 구역만으로라도 공공재개발을 어떻게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구역 내 지주분들의 불확실한 마음이 가까운 미래에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확신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주택이 주장하는 말들을 곧이 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른 지주택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만일 가입하더라도 해당 지주택에서 실제 그만큼의 필지를 매입했는지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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