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열 대표 경질 IMM PE 전략통 ‘김유진 대표’ 선임2017년 에이블씨엔씨 인수 후 3년 만에 주가 반토막코로나19로 작년 영업손실 660억원 처참한 실적 기록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모기업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소속의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유진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수재로 IMM PE 내에서도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할리스커피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할리스커피 매출을 3년 만에 가까이 높여 매각 성공에 일조한 인물이다.
2017년 할리스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에 밀려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할리스커피의 브랜드 이미지는 극명하게 달라졌다. 김 대표는 할리스 취임 후 가장 먼저 브랜드 로고와 매장 콘셉트를 바꿨다. 커피 맛을 위해 1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파주에 대규모 로스팅 공장을 완성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의 강점인 ‘자금력’을 십분 활용해 과감한 인프라 투자에 나섰고, 이는 포화 상태인 커피업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김 대표는 기본인 커피 맛이 떨어지면 브랜드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업계 최초로 사내 아카데미 운영을 강화했다. 또한 BI(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인테리어와 매장 분위기를 통일 시켜 빨간색 문만 봐도 ‘할리스커피’를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1인용 테이블과 콘센트 좌석을 대폭 늘린 것도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가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 속도를 빠르게 따라잡은 덕분에 IMM PE는 2013년 450억원에 인수한 할리스커피를 약 1500억원에 매각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할리스커피를 살린 경험을 바탕으로 에이블씨엔씨에 구원 투수로 나섰다. IMM PE는 2017년 자회사 리프앤바인을 통해 에이블씨엔씨 지분 53.5%를 328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에이블씨엔씨는 해외와 온라인 사업 부문을 확대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 화장품 회사를 연이어 인수하며 계열사를 확장했다. 또한, 오프라인 비효율 매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멀티숍인 ‘눙크’를 론칭하기도 했다.
2018년 적자를 냈던 에이블씨엔씨는 1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특히, 일본에서 미샤 ‘매직쿠션’이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일본법인 매출이 70% 성장했다. 온라인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31% 늘었다.
이듬해인 2020년 2월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조정열 전 대표가 에이블씨엔씨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조 전 대표는 유니레버 코리아를 거치며 화장품 시장과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역량을 쌓아왔고, 로레알코리아에서 로레알파리와 키엘 등을 론칭하며 화장품업계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대표가 오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하늘길이 닫히자 관광객과 면세점 의존도가 높았던 화장품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코로나 여파는 에이블씨엔씨 실적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은 900억원으로 전년(1719억원) 대비 반토막 났고, 점포는 지난해만 164개나 문을 닫았다.
에이블씨엔씨가 2018~2019년 인수한 미팩토리, 제아H&B, 지엠홀딩스 3개사가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온라인 부문 매출은 약 40% 늘었지만, 68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해외지역이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6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부진에 마음이 조급해지자 김유진 대표를 투입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IMM PE 출신 경영진이 에이블씨엔씨의 경영을 맡으면서 구조조정과 신사업, M&A 등을 진행해왔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IMM PE 인수 전 1만6600원이던 주가는 지난해 말 7400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이 올해 들어 살아나면서 에이블씨엔씨도 하반기 실적 반등 요소가 많았는데, IMM PE에서 대표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운걸 봤을 때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IMM PE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에이블씨엔씨가 김유진 대표 손에서 본전을 넘어 차익실현까지 가능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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