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9일 가석방심사委 개최···가석방 요건 총족반도체 패권 전쟁 치열···재계 “M&A 등 총수 결단 필요”
올 초부터 반년 이상 ‘총수 부재’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정재계 요구대로 사면을 받아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를 심사한다.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가석방 심사기준을 복역률 60%로 낮췄으며 내년 7월 만기 출소가 예정된 이 부회장은 정확히 지난 7월 말을 기점으로 가석방 기준을 충족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올해 1월 재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광복절에 앞서 13일께 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만일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이 아닌 ‘조건부 석방’인 가석방을 받는다면 내년 7월 출소 이전까지 해외 출장에 제약을 받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우려하고 있다. 가석방은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주 경제5단체장이 홍남기 부총리를 만나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결국 가석방이 아닌 사면이 필요한 시기에 중대한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총수 공백을 맞는 동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잇달아 대규모 투자 발표를 하면서 삼성전자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올 상반기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투자 발표에 이어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알리긴 했으나 아직 공장부지, 세부 공정 등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인 미국 인텔은 새롭게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겠다며 TSMC·삼성과 시스템반도체 3파전을 예고했다. 특히 인텔의 경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초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며 반도체 업계 시선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을 수개월째 내리지 못하고 있고,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눈에 띄는 대규모 M&A가 멈춘 상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지난달 중국 샤오미가 글로벌 판매 1위에 오르며 삼성을 위협해오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계에서는 재계 안팎에서 제기하는 삼성 반도체 위기설 등으로 이 부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해선 가석방이 아닌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조해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M&A 등 대규모 투자비가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언급하며 “여기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 밖에 없고 삼성의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만일 가석방을 받고 일시적으로 풀려난다고 해도 현재 진행중인 ‘합병·회계 의혹’ 재판을 받아야 하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한 정식 재판도 이달 19일부터 열리는 만큼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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