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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1000만원도 아깝지 않아”···가격 치솟아도 식지 않는 오픈런

[르포] “샤넬백 1000만원도 아깝지 않아”···가격 치솟아도 식지 않는 오픈런

등록 2021.11.05 15:56

수정 2021.11.05 16:00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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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네 번째 가격 인상 클래식백 1000만원 훌쩍“새벽 3시 와야 1번 입장” 줄서기 대행 알바까지 등장

4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사진=김다이 기자4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사진=김다이 기자

“클래식은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비싸더라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서 만난 A(충남 천안시, 29세) 씨는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세 번씩 샤넬 매장을 찾고 있다. 현재 휴직 중이라고 답한 A씨는 원하는 가방과 지갑을 사기 위해 기차를 타고 샤넬 오픈런을 불사하고 있다.

A씨는 “내년부터는 휴직이 끝나고 직장에 재취업 해야하는데 그 전에 꼭 원하는 제품을 구했으면 좋겟다”며 “오늘은 매장에 어떤 제품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직접 실물로 확인하고 사고 싶은 마음에 오픈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의 선물을 사러 왔다는 B(서울 서초구, 37) 씨는 “직장이 근처라서 오픈시간 맞춰서 잠깐 들렀다. 2~3달 전에는 오후 12시에 와도 당일 입장이 가능했는데 갈수록 더 대기표 받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원하는 제품은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늘은 매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앞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전날 가격 인상 소식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이었다. 백화점 샤넬 매장에서는 10시부터 온 순서대로 대기 번호를 부여하는데 10시에 맞춰 줄 선 고객은 그날 들어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기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매장에 오전 10시에 줄을 서서 이날 오후 4시에나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10시 40분에 줄을 서서 대기 140번을 받았는데, 직원으로부터 당일 입장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샤넬 매장 직원은 “보통 새벽 3~4시부터 오시는 분들이 앞번호를 받고 들어오신다”며 “최근 들어서 한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어서 10시30분 이후에 온 고객들은 당일 매장에 들어올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오를수록 고객은 더 많아져서 매장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픈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은 가격이 언제 또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거센 오픈런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사진=김다이 기자신세계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사진=김다이 기자

샤넬은 올해 네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3일에는 샤넬 클래식백 스몰 사이즈의 가격은 893만원에서 152만원으로 17.8% 인상됐고 클래식백 미듐 사이즈는 971만원에서 1124만원, 라지 사이즈는 1049만원에서 1210만원으로 각각 15%가량 올랐다.

클래식백 라인은 샤넬의 인기 모델 중 하나로 지난 7월에 이어 4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한 것이다. 올해 2월과 7월, 9월에도 쁘띠삭, 뉴미니, 클래식, 19백, 보이백 등 주요 상품 가격을 올린 샤넬은 올해만 네 번째 가격을 올린 셈이다.

샤넬코리아 측은 “제작비와 원재료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며 “인상뿐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는 모델도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매장에 일찍 도착해도 원하는 가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샤넬은 시즌 상품보다 기본 베스트셀러 모델이 더욱 인기가 많은데 1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클래식백과 코코핸들 라인은 한 사람이 1년에 1점씩밖에 살 수 없게 제함을 걸어놨음에도 구경조차 힘든 현실이다.

이렇듯 유독 샤넬에서만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디자인의 샤넬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있지만, 최근 되팔이 하는 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몇몇 인기제품을 사들여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샤넬에서는 브랜드가치 훼손 우려에 판매 수량 제한을 걸며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이를 온전히 막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의 여파로 명품들이 수혜를 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재고를 많이 풀지 않아 희소성이 높은 샤넬에 많은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클래식한 디자인의 샤넬백은 매년 가격을 올리는 만큼 덩달아 중고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셈인데, 중고 가격은 판매 시기에 따라 결정되기에 이렇듯 잘못된 심리가 명품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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