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의 브랜드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온워드모빌리티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부활을 꿈꿨던 블랙베리의 5G폰 출시 포기를 사실상 알린 것이다.
온워드모빌리티 팀은 "앞으로 우리가 문을 닫고 물리적 키보드를 탑재한 초보안 스마트폰 개발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아쉽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볍게 혹은 급하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전했다.
블랙베리의 모바일 철수 소식은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은 제품이었지만 마냥 즐겁지 않게 다가왔다. 지난해 사업을 중단하고 서비스만 연장하기로 한 LG폰과 같이 시장에서 외면받아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다시 5G폰을 출시하겠다고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려던 시기였기에 철수 소식은 안타까웠다. 피터 프랭클린 온워드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연내에 블랙베리 5G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블랙베리는 애플 아이폰 등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변화를 줄 때 '쿼티(QWERTY, 컴퓨터 자판 배열) 자판을 고집했다.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디자인은 투박해 보였고 시대에 뒤쳐진 느낌이 강했다. 우리나라에선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블랙베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갖고 다녀 '오바마폰'으로도 불렸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며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에 달했다.
블랙베리는 1999년 통화만 가능하던 휴대전화 시장에 처음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메일과 문자 등을 자체 네트워크에서 암호화한 다음 처리했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자체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기능이 없던 터라 아이폰이 급성장하면서 그 인기는 시들해졌다.
블랙베리는 사실상 2016년 스마트폰 개발을 중단하며 제조사 기능을 포기했다. 보안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사업만 남겨둔 채.
이후 블랙베리는 중국 TCL에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을 넘겼고, 2020년 8월 다시 온워드모빌리티로 넘어갔다. 지난해 이 회사는 5G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온워드모빌리티는 스마트폰 관련 특허도 6억 달러에 모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사업 철수를 준비해 왔던 셈이다.
그동안 급변하는 스마트폰 트렌드에 뒤쳐져 생산을 종료한 브랜드가 더러 있다. LG폰은 물론이고 핀란드 노키아도 피처폰 생산을 고집하다가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 세계 1위 휴대전화 회사였던 노키아는 점유율 40%에 육박했지만 스마트폰 전환기 트렌드를 경시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 기기의 큰 변화가 예고됐으나 이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경영진 불찰이 컸다.
모바일 사용자들은 새 기능과 디자인,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원한다. 시장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지 않으면 아이폰이나 갤럭시도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끊임없이 신기술을 선보이고 모바일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