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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실탄 장전 '워밍업'···허진수·희수 사세확장 방점

SPC삼립, 실탄 장전 '워밍업'···허진수·희수 사세확장 방점

등록 2022.03.14 14:54

김민지

,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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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발행한도 5배, CB·BW 발행한도 40배 확대 자금 확보 사전 작업···공격적 투자 위한 밑거름장남 글로벌 확장·차남 신사업 전사적 지원 사격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SPC삼립이 정관 변경을 통해 주식 발행한도를 5배 늘린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는 무려 40배 확대하면서 자금조달 통로를 넓히는 작업도 병행한다. 글로벌 영토 확장, 신사업 추진 등에 발맞춰 대규모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SPC의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된 직후라는 정관 변경 시점 또한 주목된다. 허영인 SPC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 형제가 경영 전면에 배치된 가운데 SPC가 자본 확충 능력을 끌어올려 이들의 경영 활동 전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SPC, 실탄 마련 위한 선제적 조치=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우선 발행예정 주식총수(수권자본)는 기존 2000만주에서 1억주로 5배 확대한다. 현재 발행한 주식의 총수가 977만7399주에 불과하지만 향후 자본 확충을 고려해 주식 발행 한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수권자본은 정관이나 설립 등기에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본금의 최고액을 기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주 발행 등을 통해 늘릴 수 있는 주식 수의 상한선이기 때문에 통상 수권자본 확대는 증자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CB·BW 발행한도 또한 기존 5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무려 40배 상향 조정한다. CB는 사채로 발행되지만, 일정기간 경과 뒤 소유자의 청구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의미한다.

SPC삼립의 이러한 정관 변경은 외부 자금 조달 규모를 늘리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현재 SPC삼립의 현금흐름은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85억원이다. 전년(994억원)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로, 투자활동 현금흐름과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각각 461억원, 485억원 유출됐다. 이로써 2020년 3억원이었던 순현금 흐름은 지난해 -61억원으로 집계됐다.

순현금 흐름은 영업활동과 투자활동, 재무활동 등을 통해 기업이 얻는 현금 흐름의 총합으로 기업의 현금 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마이너스 현금흐름 탓에 현금성 자산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SPC삼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억원으로, 2020년 말(67억원)과 비교하면 90% 넘게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은 유동성이 매우 높은 단기 투자 자산으로서 현금 전환이 용이하고 가치변동 위험이 경미한 자산을 의미한다.

지난해 자본은 늘고 부채는 감소하면서 부채 비율은 20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019년 말 201.9%, 2020년 말 217.0%에서 작년 말 186.9%를 기록했다. 통상 기업의 부채 비율이 200% 이하면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외부 자금 조달 통해 오너 3세 힘 보탠다 = SPC삼립은 미래 대비 차원에서 정관 변경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시점에 임박해 개정하기 보다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을 위한 근거를 신설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가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된 직후와 맞물리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그룹 핵심 사업을 도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전사적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허진수 SPC그룹 파리크라상 사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허 사장이 지난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6년 만이었다. 허희수 부사장 또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3년 만에 SPC그룹 IT 계열사 '섹타나인'의 신규사업부 책임 임원으로 복귀했다.

허진수 사장의 승진에 허희수 부사장까지 복귀하면서 형제가 본격적인 경영 능력 검증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이다.

허진수 사장은 미국·프랑스·중국·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왔다. 올해는 입사 때부터 몸담아왔던 파리바게뜨의 몸집 키우기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허 사장은 유럽과 미주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 유럽 진출 국가로는 영국을 낙점하고 런던에 1호점을 낼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는 지난 2005년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 1호점을 낸 이후 직영점과 가맹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 매장은 96개 정도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인근에 서부 가맹사업 확장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캐나다 진출을 위해서는 지난 6월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토론토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8월에 매장을 열기로 했다. 현재 파리바게뜨 해외법인의 매장 수는 총 441개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2년 137개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히 무게를 두고 있는 부분이다. SPC그룹은 지난 정기 인사 때도 글로벌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하며 허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미국, 프랑스, 동남아뿐 아니라 조만간 진출할 캐나다와 영국에도 현지 시장 상황에 능통한 인재를 앉힌 것이다. 미국과 동남아 지역 담당은 최고경영자(CEO)로 직책을 부여했다.

허희수 부사장은 SPC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결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식음료업계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SPC그룹 또한 이 흐름에 맞춰 섹터나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섹타나인은 SPC그룹이 축적해온 플랫폼 비즈니스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 ICT 사업 인프라를 결집해 만든 디지털마케팅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초 ICT 계열사인 'SPC네트웍스'와 2200만 회원의 해피포인트 등 다양한 마케팅플랫폼 사업을 펼쳐온 'SPC클라우드'의 합병을 통해 이뤄졌다.

허희수 부사장은 섹타나인을 통해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신사업도 구상 중이다. 허희수 부사장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메타버스'다.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이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들이 'SPC그룹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 전담 부서인 메타버스 섹타를 만들고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허희수 부사장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어떤 식으로 구축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방식을 보면 큰 그림은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다. SPC그룹의 메타버스 플랫폼 또한 일반 가상 캐릭터와 공간을 꾸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쉐이크쉑 등 오프라인 매장과 가상 매장을 연계해 상품이나 쿠폰을 구매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PC그룹은 현재 자금 조달 이슈가 없으며, 이에 따라 유상증자·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 방안은 전혀 검토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해당 정관변경은 기업들의 일반적 수준에 준하는 것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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