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유·휘발유·항공유 판매량 1월부터 감소세드라이빙 시즌·코로나 엔데믹 진입으로 회복세 전망되나中 봉쇄, 유가 변동성 등은 '변수'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석유 제품 소비가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월별 경유·휘발유·항공유 판매량 총계는 작년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이후 같은 해 12월 2620만 배럴(전월 대비 17.4% ↑) 가량으로 반짝 늘었다가 지난 1월 약 2420만 배럴, 2월 2033만여 배럴, 3월 2028만 배럴로 계속해서 내림세다.
특히 휘발유 판매가 지난해 12월 812만 배럴로 2년 4개월 만에 800만 배럴 선을 회복했으나 이후 감소세로 전환, 올 3월에는 589만여 배럴로 주저앉았다. 경유와 항공유는 3월 판매량이 전월보다 소폭 늘어나기는 했으나 십만 배럴 범위에서 움직이는 수준이다.
그간 우려돼 온 '고유가로 인한 석유 수요 위축'이 가시화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서 그런지 코로나 엔데믹이 가까움에도 오히려 석유 소비는 주춤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32세 김은혁 씨 또한 유류비가 부담돼 휘발윳값이 리터당 1800원 선일 때부터 차를 두고 다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단기 영향에 불과하며,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석유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 판매량을 추적한 결과 3월부터 일부 상승세가 관측됐으며, 지난달부터는 전국 뿐 아니라 서울 지역(경기 일부 포함) 수치도 전년 동월 및 전월 대비 모두 10% 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봄철 드라이빙 시즌인 데다 코로나 엔데믹에 들어가면서 석유 판매량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업계는 최근 내수보다 수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수출이 정유 사업(SK에너지)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3월까지 60%였던 수출 비중을 5월에는 더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고공 행진 중인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용 등 비용을 뺀 금액)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유 공식 판매 가격(OSP) 인하도 우호적인 여건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이 수익 지표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주간 기준으로 1분기 동안 배럴당 5.9달러에서 13.9달러까지 135.6% 급등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무려 20달러대로 뛰어 지난주 24.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열 배 수준이다. 정제 마진은 통상 4달러~5달러 수준이 손익 분기점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는 4월 원유 아시아 OSP를 전월 대비 두세 배로 인상했다가 이달 다시 하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업계는 현재 '풀가동' 중이다. 원유 정제 시설 가동률 상향에 보수적인 SK에너지까지 이례적으로 가동률을 끌어 올렸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당초 70%대였던 가동률을 1분기에는 83%, 4월부터는 95% 수준으로 높이며 사실상 최대치를 유지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경우 가동률이 90% 후반대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정기 보수 전 9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했다.
업계는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석유 수요 위축 우려는 여전히 발 밑에 도사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아시아 중심의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중국은 경제 수도 상하이를 한 달 넘게 봉쇄하고 있으며, 시안 등 대도시 봉쇄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1월~4월 원유 수입량은 1억7089만 t은 전년 동기 대비 4.8% 적었다.
여기에 유가 변동성이 높은 상황도 변수다. 이날 유가는 100달러 안팎으로 이전과 비교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유가가 1분기보다 하락하면, 정유사들의 원유 재고 평가 이익이 떨어지면서 수익률도 축소될 전망이다. 반대로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세계적인 석유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이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이 OPEC을 겨냥한 '석유 생산·수출 카르텔 금지'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며 유가가 200%, 3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웨이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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