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코인, 한 달 사이 119달러→0.43달러 대폭락테라 생태계 붕괴 우려···테라폼랩스, 한국법인 청산 권도형 CEO, 15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 조달 나서 조달 실패 땐 보유한 수십억 달러 비트코인 처분 가능성
◇ 국산 코인 테라·루나, 하루 사이 90% 폭락 = 12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갭에 따르면 금일 1시 기준 루나 시세는 0.43달러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96.8% 폭락했다. 1주일 전과 비교하면 -99.5% 떨어졌다.
루나와 테라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자산으로 2018년 1월 커머스 업체 티몬의 창립자 신현성 의장과 애플 개발자 출신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개발됐다. 테라폼랩스는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CEO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국산 가상자산인 '김치 코인'으로 분류됐다.
그간 루나는 김치 코인 중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시가총액이 180억 달러까지 올라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 3위까지 오른 적도 있었다. 지난달엔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드는 등 이더리움(Ethereum, ETH)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폭락으로 60위까지 내려왔다. 루나의 시세가 폭락한 것은 루나와 테라 생태계에 대한 붕괴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루나는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개발된 코인으로 테라의 시세가 고정 가치 이하로 떨어지면 거래자들이 시스템에 테라를 보내서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해당하는 루나를 얻은 뒤, 이를 시장에 매각하도록 해 테라의 고정가격을 지켰다.
그런데 최근 가상자산 전반의 침체로 인해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는 악순환인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빠져들게 되면서 이 같은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됐다. 최근엔 테라의 시세가 장중 0.6달러 선까지 내려앉는데도 고정가격인 1달러로의 가격방어가 되지 않으면서 테라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에 연고한 지사 테라폼랩스가 법인 해산을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폭락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테라폼랩스는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법인 해산을 결정지었다. 해산 등기 처리는 이달 4일부로 완료됐다.
◇ 진정 나선 권도형 CEO···보유 비트코인 처분? = 싱가포르 테라폼랩스 본사는 아직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재 권 CEO가 폭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테라를 담보로 15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조달에 나서는 등 상황이 다소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테라의 가격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테라의 구제금융 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권 CEO가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 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수십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루나파운데이션 가드가 비트코인를 한번에 처분할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코인 시세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테라의 추락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리먼브러더스 모멘텀이 되는가"라면서 "많은 투자자가 이제 거의 모든 돈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부는 권 CEO의 구제 패키지를 기다리지만, 다른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 루나·테라 폭락으로 비트코인 가격도 조정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2만8584달러로 이미 3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외 디파이 프로젝트와 연관된 아발란체(-33.0%) 솔라나(-30.6%) 에이브(-27.3%)도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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