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카드사, 후순위채권·소셜본드 줄줄이 발행기준 금리 오르며 자금조달 비용 높아져···부담 확대주요국 긴축 분위기 속 자본확충으로 불확실성 대응개미 탈출·IPO 가뭄에 증권사 돈줄도 말라가기 시작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에 금융사들의 건전성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당국은 금융사들의 유동성까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사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발행으로 '자본확충' 나서
최근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소셜본드 등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세계 경기 악화와 미국 긴축정책 가속화 탓에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건전성 관리를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부합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5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어 국민은행은 6월 BIS 총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323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바젤 III 기준에 부합하는 영구채 형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채의 발행은 총자본비율 및 기본자본비율이 0.15%포인트 가량 상승하는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1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기타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자금은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2월에는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3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4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하나은행은 대출금과 유가증권 운용을 목적으로 296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또 NH농협은행은 미화 6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채권은 3.5년, 5년 각각 3억 달러로 구성된 듀얼 트랜치로 발행됐다.
◇카드·보험사, 기준금리 인상에 조달비용 '전전긍긍'
카드업계와 보험업계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며 조달비용이 높아진데 따른 부담도 커졌다.
카드업계는 잠재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등 방어에 나섰지만 조달비용 증가 등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오는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라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2금융권의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가 9000억원 규모에 달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상환이 어려운 차주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자금 조달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운영자금 약 70%를 여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금리가 인상되며 조달비용이 증가해서다. 이는 카드론 이자비용에도 영향을 미쳐 채권 부실 위험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보험업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은 209.4%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업법에선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MG손해보험은 RBC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받은 바 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경제 위기 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자본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보험사의 1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을 콕 집어 지적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의 발행 금리도 오르면서 보험사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등 자본 확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개미 엑소더스'에 수익원 사라진 증권사도 비명
지난해 실적 잔치로 쾌재를 부르던 증권사들도 비명을 지르기는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국내외 증시가 불황을 겪으면서 "주식투자에서 손을 털겠다"며 증시에서 아예 발을 빼는 개미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수익의 비중에서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대금 수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증시 불황 장기화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불안 요소로 꼽힐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월별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 현황에 따르면 1월에 20조6500억원이었던 것이 5월에는 16조87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여름이 끝나면 15조원의 벽도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개미들의 증시 탈출과 더불어 증권사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점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불황이다. 대어급 종목이 연달아 등장해서 지난해의 흥행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던 연초의 기대와 달리 심각한 급랭기로 접어들면서 수수료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현재의 증시 불황이 올해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증권사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거래대금이 줄어들수록 증권사들이 챙기는 수익도 줄어들고 결국 돈줄이 말라가기 때문이다.
증시 거래 수요가 줄어들고 금리상승으로 인해 채권 상품에 대한 운용에서도 손실이 커진 탓에 증권사들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권사들은 개미들의 시장 탈출로 잃게 된 수익을 투자은행(IB) 쪽을 통해 만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IB 사업을 확장한다면 증권사들의 재정 건전성은 취약할 수 있다.
다행히 증권사들의 건전성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증권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금융당국의 기준 지표는 순자본비율(NCR)이다. NCR은 필요유지 자기자본을 잉여자본(영업용 순자본-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인데 100% 이하면 금융감독원의 경영개선권고 대상이 된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1000% 이상의 NCR을 나타내고 있어 공격적 IB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고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200~400%의 NCR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NCR이 200%대에 머무르고 있는 소형 증권사들은 자본확충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우발채무의 증가라는 점도 지적거리 중 하나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우발부채 규모는 44조692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조원 정도가 늘었다. 대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발생한 채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영업 여건이 나빠진 탓에 부동산 PF 등 다른 사업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건전성 측면에서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에 고민이 크다"며 "그래도 건전성 관리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채무 관리를 하고 있지만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건전성 관리 나서야"···금융당국, 취약부분 집중 관리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건전성 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사의 취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에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채 부실화에 대비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은행 중심으로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제2금융권과 금융투자업권으로도 강화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는 파급 경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금리 상승, 공급망 경색 등에 따른 경기둔화 위험으로 대손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손실흡수능력 점검과 채무 재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단기간에 큰 폭 하락한 상황"이라며 "6월 기준 코스피 지수의 PER·PBR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아직 높은 수준이며, 채권 및 외환시장에서도 불확실성 증대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므로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경기침체 우려로 보험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고(高)물가, 금리상승 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적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은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증분석한 결과 규제자본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전체(가계·기업) 대출 증가율이 1.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신용 확대 등으로 올해 1분기 말 현재 대부분의 판단지표가 악화되면서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신용팽창 억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과 누적증가한 금융불균형 완화 필요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은 과도한 신용 팽창기에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의 0~2.5%를 보통주 자본으로 추가 적립하게 하는 바젤Ⅲ 자본규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 도입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민간신용 확대로 신용축적 관련 지표가 강한 적립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며 "금융지원조치로 인한 부실 누적·이연 문제, 위기 시 정책 여력 확보 등을 고려할 때 완충자본 활용을 통해 은행의 선제적 자본확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강화, 금융 시스템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 금융규제 혁신 노력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복합적 충격에 대비하여 금융 시스템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적시성 있는 시장안정 조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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