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서 '이자장사' 지적은행권 앞다퉈 금리 인하···내달부터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취약차주 정책 두고 "도덕적 해이와 상충 아니다" 발언도검사·감시 역할 보다 정부 정책 따르기에 급급하단 지적금융권, 금융당국발 사정정국이 겹치면서 혼란 가중
◇대통령 공약에 '이자 장사' 지적···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현실화=윤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내용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의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정부의 요구와 금융당국발 사정정국이 겹치면서 은행들은 서둘러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달 한국은행이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은 이후 은행들의 금리 조정을 보면하나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적금 22종, 예금 8종 등 예적금 총 30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우리은행은 21개의 정기예금과 25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인상했고 KB국민은행은 최대 0.7%포인트, 신한은행 역시 0.3%포인트~0.7%포인트 올렸다. 반면 대출금리는 인하 하는 등 예대금리차 확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비교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 주기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여기에 대출금리 산정체계도 손볼 것을 주문했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 영향을 받지만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 리스크·유동성·신용 프리미엄, 자본비용, 법적비용, 목표이익률 등 은행마다 제각각 책정하면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대출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다른 원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조달금리-대출금리)을 정할 때 조달금리 지표가 과다 산정되지 않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대출금리 산정 원가를 공개하라는 주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알권리 보호, 혜택 강화를 위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의 목적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칫 은행이 하는 일 자체를 부정하게 될 수 있다"면서 "금리를 조정하게 되면 시장 왜곡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데, 제도의 실효성이나 효용을 따져보기보단 금융산업이 규제 산업이라는 점에서 당국이 실행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의 시발점 '취약차주 보호'···혼란스러운 금융권=지난 14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빚투' 등으로 큰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층을 구제하는 내용의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치'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감행한 2030 세대의 채무 탕감 방안을 놓고 '역차별'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지적의 목소리가 높지만 은행권은 서둘러 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빨리 호응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에는 기존 주담대 이용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를 최대 연 5%로 1년간 제한하는 등 대출이자 부담 완화 조치를 내놨다. 이를 초과하는 이자는 신한은행이 떠안기로 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 원장은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원장의 행보는 신한은행의 발빠른 행보를 치하하고 다른 은행들을 동참시키려는 의도로 읽혔다. 실제로 다른 은행들은 신한은행을 따라 금리 인하 등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조치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개별 금융회사의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중 성과가 좋은 우수사례는 여타 금융회사들에도 확산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금융권이 정부 차원의 대책 이외에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은행권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 발표 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이라든가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단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넛지(Nudge)' 같은 형태로 조금의 도움을 줘 생태계의 일원으로 남도록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측면과 꼭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검사‧감독 업무를 넘어선 관치가 부활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사들이 사정기관의 수장의 목소리를 쉽게 넘길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발언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잊은 듯한 정책에 금융당국도 적극 호응하면서 소비자 보호를 하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 되는 것 같다"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관치가 소비자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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