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횡령' 관련 내부통제 지적했지만행장 등 책임자 특정 어려워 진통 불가피할 듯 11차례 검사에도 파악 못한 금감원 책임론도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사고의 검사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이번 사고를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2012~2020년)이라는 기간에 거쳐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가운데, 당사자가 공·사문서 위조와 부서장의 OTP(일회용비밀번호) 탈취, 무단 결근 등 일탈을 저지르는 동안 은행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부 논의를 거쳐 우리은행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회부 여부와 징계 수위·대상을 확정지을 전망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 관련자는 직접적인 라인에 있는 담당 팀장, 부서장이 될 수도 있고 경영진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관련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책임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직원의 횡령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졌을 뿐 아니라, 우리은행부터 금융당국에 이르기까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인물이 많아서다.
실제 이 시기에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인물만 네 명에 이르며, 당시의 임원이나 관련부서 직원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대상은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경영진 모두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시점이 2016년 8월이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책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일례로 금감원은 횡령이 발생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을 열 한 차례나 검사했고, 작년말부터 올 초까지 종합검사를 실시했지만 이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단지 부동산개발금융(PF 대출)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초래,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횡령 자금(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위원회,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전까지 비상임이사를 파견한 예금보험공사도 부담을 떠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준수 부원장은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수차례 금감원이 검사를 나간 적이 있지만 횡령사고를 적발하지 못한 것에 아쉽게 생각한다"며 "다만 금감원 검사가 금융사의 건전성이나 지배구조 등 개별사안보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보기 때문에 개별 거래 건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징계 대상을 둘러싼 금감원의 판단에 따라 우리금융과의 감독당국의 갈등이 재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020년 'DLF 불완전판매'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자 그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신청과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정공방을 매듭짓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판매했고 그 책임이 내부통제에 소홀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2심 재판부까진 징계가 부당하다는 손 회장 측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서울고법 행정8-1부(이완희 신종오 신용호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관련 소송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내부 검토와 제재심 등이 남아있으니 그에 따라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오랜 시간에 걸쳐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 그 절차가 끝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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