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공모 부진은 기업의 자금조달 및 주간 증권사(주간사)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모가 산출과 관련된 발행기업과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자칫 공모가 결정을 왜곡시킬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는 증권 발행기업의 공모가 산정근거와 재무상태 등 투자위험 공시에 있어 객관적 평가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공모가 산출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하지만 공모가 결정 왜곡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공모가 결정이 기업의 자본유치와 주간사의 수수료 수익확보란 전제하에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
적정 공모가 결정을 어렵게 하는 2가지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 개인투자자의 공모결과 정보인 청약률이 공모가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점, 그리고 상대가치평가 과정에서 비교기업 선정의 주관적 견해 배제가 요구된다.
첫째, 국내 IPO 공모시장은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개인투자자 청약, 상장의 과정을 거친다. 수요예측을 반영한 정정 증권신고서가 공시되고 공모가가 최종 결정된다. 이후 확정된 공모가를 토대로 개인투자자 청약이 이뤄진다.
공모가 확정 후 개인 청약이 시작되는 관계로 개인 청약률은 최종 공모가 결정과 관계가 없다. 이는 수요예측 대상자를 기관투자자에 한정하고 개인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공모가 결정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개인투자자의 실수요 정보가 IPO 공모주의 시장가격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개인투자자의 청약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경우 IPO 공모가와 시장 가격간 괴리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최근 상장된 주요 IPO 기업들의 공모가 이하로 시장 주가가 형성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지난해 상장된 주요 기업 중 상장 첫날 이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한 사례도 수차례 있었다.
물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유가 상승 등 최근 주식시장에 미친 다양한 영향요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공모가 산정의 문제점은 절대 간과될 수 없다. 결국, 주간사가 희망하는 공모가 범위 결정 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보니, 자칫 기관투자자의 뻥튀기 주문으로 공모가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높은 공모가는 개인 청약률에 따라 시장 주가와 상당한 괴리를 보일 수 있어 공모가 이하의 가격으로 시장 주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개인투자자 공모결과를 함께 고려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홍콩, 대만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대가치 평가법을 이용한 공모가 산출과정에서 비교기업 선정시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미래 기업의 현금흐름 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산출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의 경우 미래추정의 어려움으로 통상 주가수익비율(P/E), 주가순자산비율(P/B) 등 상대가치평가법이 주로 사용된다.
이는 상장하려는 기업과 동종업종의 유사한 사업 행태를 보이는 상장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해 공모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비교기업 선정 관련 주간사의 자의적 선택이다. 심지어 일부 주간사는 글로벌 유수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해 장밋빛 전망에 기댄 공모가를 산출해내기도 한다.
비록 주간사에 대한 공모주 적정가격 산출 의무 강화가 자칫 사후관리 책임을 우려한 주간사의 새로운 기업 평가방법 이용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상대 가치평가법에 기대 터무니없는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자의적 판단은 개선돼야 한다.
따라서 공모가격 산정방식에 관한 공시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공시 서식에서 상대가치 평가를 위해 채택된 비교기업의 절대가치도 함께 제시하거나 비교기업 선정의 객관적 근거를 상세하게 제시하는 방식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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