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미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플레이션 속에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절정에 달했다. 9월 마지막 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미국 증시가 애플의 5%에 달하는 하락을 필두로 크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만이 아니였다.'지구촌'이라는 특징에 따라 아시아 증시를 비롯해 전세계 국가들의 법정화폐 가치가 9월 들어 눈에 뛰는 하락세를 보이며 전세계 자산시장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전세계 자산시장의 붕괴는 곧 전세계 자산시장에 투자되었던 자본이 지구 최대 안전자산인 달러로 유입되는 현상을 만들었다. 실제로 달러는 '킹달러'라는 말이 무색하고 놀라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 닷컴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달러는 8월 대비 최대 약 8%의 가치 상승에 성공했다. 투자상품이 아닌 화폐의 가치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 '강달러' 시대, '위험자산' 비트코인의 반란
'강달러'에 따른 전세계 자산시장의 붕괴 속에 많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현상이 있다.'위험자산'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던 비트코인의 안정적인 가격 방어 현상이다.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전세계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약세장에 힘없이 주저 앉아 9월, 1만 9000달러를 기록했다. '강달러'가 눈에 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 많은 이들은 역시 비트코인의 끝없는 '추락'을 예측했다. 실제로 많은 투자 전문가들은 미디어를 통해 저마다 비트코인이 많게는 1만 달러 아래로 적게는 1만 3~500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비트코인에 대한 참담한 전망이 돌고 있는 시점, 비트코인은 견고한 방어세를 구축, 1만 9000달러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의 기적적인 방어에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넘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대체 비트코인은 어떻게 가격을 지켜내고 있을까?"
# 해가 지지 않던 제국, 비트코인을 택하다
4년 새 영국 파운드화의 폭락이 최저치를 기록한 26일,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되었다. 파운드화의 가치 '떡락'과 함께 비트코인 구매가 폭증하는 사례가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기사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파운드화로 비트코인 구매한 총액은 약 8억 8100만 달러(한화 약 1조 2611억 5150만원)를 기록했다. 영국 내 하루 평균 비트코인 구매액은 총 약 7000만 달러 수준으로 하루 1150%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많은 영국인들이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에 큰 공포감을 느끼며 보유하고 있던 파운드화를 팔고 비트코인 구매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 '강달러'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한계', 스테이블코인의 번영 이끌다
한편 자산시장의 붕괴 속에 비트코인의 방어세가 단순한 가격 방어가 아닌 비트코인의 장세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었다.
미국 최대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 Bank of America)는 스테이블코인의 자금 유입량 증가가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장세를 만들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7일 발표한 보고서는 "3주 연속 스테이블코인에 유입되는 자금 증가는 현재로써는 투자자들이 강달러 현상에 기인해 자산을 방어하는 현상 자체를 뜻하며 후에 이 자금들이 암호화폐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점차 암호화폐 구매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며 "현재도 선택적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투자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거래소에 배치된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기축통화'로 사용되며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자급 유입이 결국 암호화폐 투자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밝힌 것이다.
강달러 현상 속에 추가로 고려해야할 점은 실질적인 달러 대비 스테이블코인이 갖는'편의성'이다. 많은 이들이 강달러 현상에 따라 달러를 구매하길 원한다. 하지만 달러 구매에는 국가에 따라 신원인증을 포함해 달러 구매 상한제 등 매우 복잡한 과정과 한계가 존재한다. 더구나 전쟁, 외환위기 등이 현실로 다가온 현 시점, 대량의 달러 구매는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지이다. 여기서 달러의 가치는 고스란히 지닌 채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한 구매와 송금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게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자금 유입은 단순히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래소에 배치된 스테이블코인은 약세장이 끝나고 강세장이 올 무렵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적한 대로 투자가치를 지닌 암호화폐 구매를 위한 '기축통화', 즉 '총알'로 사용될 수 있다. 거래소에 배치된 수많은 자본은 암호화폐 구입에 투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준비금'으로 해석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은 암호화폐 시장 성장의 예고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디지털 금' 비트코인, 봉우리 틔우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경우 전세계 경제가 위험에 빠진 시점, 도리어 비트코인 자체가 지닌 고유의 가치만으로 자산시장의 싸이클을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올해 6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약 3100만톤 금 채굴이 가능한 금광이 발견되었다. 약 12조 달러(한화 약 1경 7292조원) 가치의 금이 추가 생산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금광이 재발견되며 금이 더이상 고유의 유한성으로 안전자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을 뜻한다. 여기에 금광에서 더 많은 양의 금을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의 성장 또한 금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이러한 사실들은 유한성이라는 특징으로 오랜 인류 역사상 최대 안전자산으로 분류받던 금의 가치를 퇴색하게 만드는 중대한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또한 총탄이 오가는 전쟁이 2022년 지구촌에 현실로 다가오며 무거운 금괴의 이동성과 가치 저장성은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보이는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채택률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시 상황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 인들이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의 편의성과 가치 저장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비트코인의 방어세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던 비트코인이 이제 '디지털 금'으로써 진정한 '안전자산'으로 거듭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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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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