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브랜드 도입···사업확장 일환국내 최초 100% 임대형 스트리트상가김상열 회장이 자본금 1억으로 설립해M&A로 확장했지만 벌떼 입찰 등 오명
지난 1989년 광주의 한 건설사 직원이 회사를 나와 자본금 1억원으로 직원 5명을 고용해 회사를 설립한 게 현재 현재 자산총액이 12조원(2021년 기준), 재계 35위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호반건설이다. 그 직원은 호반건설의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으로 당시 김 회장은 불과 28세밖에 되지 않았다. 30년 만에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낸 셈이다.
호반건설이 몸 집을 불러나가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들어서다. 민간임대아파트를 광주·전남권에 엄청나게 공급해서 몸집을 키웠다. 운 좋게도 초창기부터 분양은 완판됐고 이때 보유하게 된 현금자산은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됐다.
호반건설은 이후에도 단 한 장의 어음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분양률이 90%가 되지 않으면 다음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협력업체와 거래 시 어음 없이 현금으로만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건설업은 대부분 빚을 내서 그 돈으로 시행을 하고 선분양 후건설을 하는 시스템인데 이 때문에 IMF(국제통화기금)때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다. 반대로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늘여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호반건설에게 IMF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호반건설은 IMF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싼값에 땅을 구입해 '호반리젠시빌'이라는 임대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대거 분양했다.
여기에 또 한번 찾아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호반건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 대기업 건설사들이 국내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플랜트 사업으로 대거 진출했던 것과 달리 호반건설은 공급되는 주택이 현저히 감소되는 상황에서도 2기 신도시의 공공택지 부지를 대량으로 매입하며 시행과 시공을 직접하는 자체사업방식으로 큰 이윤을 남겨 성장했다. 그간의 무차입 경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량의 부지를 무리 없이 매입할 수 있었다는 것.
당시 신도시 개발은 서울과의 먼 거리, 미흡한 교통, 부족한 편의시설 등 신도시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고 일부 신도시는 미분양의 무덤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소평 평수만 지어 아파트를 싸게 많이 팔고 철저히 안전한 방법으로 사업했다. 호반건설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기업으로 바뀌게 된 가장 큰 계기가 2기 신도시 계획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 이때부터 자체 부동산 개발사업을 했던 호반건설은 시행사(디벨로퍼)와 시공사(건설사)를 함께 하면서 이익을 전부 다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급성장의 배경이 됐다. 통상 분양을 통해서 시공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3~4%인 반면 시행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최고 20%까지 되지만 당시 건설사 중에서는 시행까지 진출한 곳은 드물었다. 호반건설이 자체사업까지 하면서 급성장하자 오히려 벤치마킹하는 건설사들마저 늘어났다.
2008년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던 호반건설은 이후 2014년까지 전국 주택 공급 실적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여전히 다수의 신도시와 택지지구 개발에 참여했다. 광교신도시, 판교신도시, 동탄신도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배곧신도시, 세교신도시, 한강신도시뿐만 아니라 원 호매실지구, 평택 소사벌지구, 의정부 민락2지구, 부천 옥길지구 등에도 참여했다.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 자금을 탄탄이 모아온 호반건설은 M&A(인수합병)에도 눈을 돌렸다. 먼저 2010년부터 '아브뉴프랑'이라는 상가브랜드를 내걸고 스트리트 몰 사업을 진행했다. 호반건설이 유통사업을 진출한 셈이다. 또 이어 2019년 6월 호반프라퍼티와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인 대아청과를 564억원(호반건설 지분 49%)에 인수해 농산물 유통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같은해 말에는 삼성금거래소 지분 43%를 223억 원 가량에 사들이며 금·은·보석류 등 귀금속 유통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17년부터는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를 인수하면서 레저사업에 진출했다. 이 외에도 덕평CC(현 H1클럽), 서서울CC를 인수해 여주 스카이벨리CC,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국내 7곳, 해외 리조트와 골프장 1곳을 보유 중이다. 당시에는 호반건설이 대기업집단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해이기도 하다.
미디어사업도 호반건설이 공을 들이는 분야이다. 호반건설은 2011년 KBC광주방송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방송미디어 사업에 발을 들였다. 또 작년 5월에는 광주방송을 매각하면서 인터넷 경제매체인 'EBN'와 IT 전문 일간지 '전자신문'을 잇따라 사들였으며. 최근에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주식매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서울신문의 최대 주주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아울러,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 호반산업은 작년 3월 대한전선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전선업에 진출했다.
호반건설은 대어급 인수전에도 참여한 경험도 있는데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등장해서,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키도 했다.
이렇듯 호반건설이 M&A에 눈을 돌린 이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발주물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공공택지 조성사업과 분양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그럼에도 호반건설의 공격적 M&A(인수합병)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작은 회사로 시작해서 30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한강의 기적'과 같은 성장을 보여온 호반건설이지만 최근들어서는 연이은 악재로 여론이 좋지 않은 모양새다. 올 들어 공공택지 벌떼 입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호반건설이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는 자회사 수십 개를 설립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신도시 등에서 공공택지를 무더기로 낙찰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장동 판박이'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혐의는 부패방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다. 호반건설은 2013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A2-8블록(6만4713㎡)에 1137가구 공동주택을 지어 분양했는데 검찰은 호반건설이 시공사일 뿐 아니라 사업을 총괄한 위례자산관리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었던 만큼 개발사업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례자산관리의 지분을 100% 보유한 티에스주택은 호반건설의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이면에 성장통도 연달아 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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