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모체였던 건설사, 현재 HDC그룹으로 출범서울 재건축 3대장 '압구정 현대' 준공하며 승승장구'현대아파트', '아이파크' 브랜드 내세우며 한 획 그어'현대아파트' 브랜드 사용 놓고 현대건설과 갈등 빚어
지금까지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자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초창기 때부터 아파트 역사 한 획을 긋기까지 등 흥망성쇠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원래 지난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를 전신으로 하는 '한국도시개발'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회사가 1976년 당시부터 압구정 현대아파트 4~14차 개발을 주도했다. 1~3차는 현대건설이 조성을 맡았다. 당시에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이미 '명품' 아파트로 명성을 떨쳤다. 그럼으로써 1986년 (구)한라건설과 합병 후에도 한동안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를 공유했다.
나름대로 잘 나가던 HDC현산에 1999년에 첫 번째 위기가 닥친다. 당시 그룹의 주인은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이었는데 그가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다. 그런데 현대그룹 창업자였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구로 그해 3월 현대차를 넘겨주고 대신 HDC현산을 넘겨받는다. '포니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30년 넘게 현대차 성장에 헌신했던 고 정세영 회장은 이임식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을 정도로 현대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듯 현대산업개발은 고 정세영 회장의 몫으로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됐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을 통해 현대그룹에서 현대자동차를 독립시켜 분가했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미련 탓인지 고 정세영 회장은 현대차가 넘어가기 1년 전 장남인 정몽규 회장을 대표이사직에 취임시켜 자동차를 장악하려 했지만 이는 결국 정몽구 회장 측이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가져오게 되는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 대신 HDC현산을 받은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대대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이끈다. 경영진을 현대차 출신으로 대거 교체하고, 회사업무도 제조업에서 적용되는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 사용을 놓고 이번에는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아파트'는 국내 아파트 브랜드에서 절대 강자였고, 가치가 3조~4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분양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질 정도였다.
HDC현산은 '현대아파트'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고자 했고 당시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의 법적 소유주도 HDC현산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계열 분리된 현산에 '현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듬해인 2001년 HDC현산은 새로운 브랜드 '아이파크'를 만들고, '현대' 브랜드와 이별을 고했다.
'아이파크' 브랜드는 강남 삼성아파트에 처음으로 분양하면서 '현대아파트' 브랜드 못지않게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아이파크 삼성', '방배 아이파크', '역삼 아이파크 1차', '도곡 아이파크', '대치 아아파크' 등 초창기에 주로 서울 강남권에 수주한 영향 덕분인지 당시만 해도 부촌단지에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덕분에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꾸준히 올라갔다. 지난 1999년까지 5위권 밖이었던 HDC현산은 2000년 5위가 됐고, 2004년에는 4위까지 올라섰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5위권 안팎을 맴돌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 불황와 더불어 당시 수장이었던 정몽규 전 회장이 사업다각화 명목으로 건설업 이외 업종 진출에만 신경 쓴 탓인지 '아이파크' 브랜드 명성은 예전만 못한 상태다. 그 결과 초기 브랜드 파워에 비해 현재는 '자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등에 밀리고 있으며 현재는 주로 1.5~2급지에서만 수주를 하고 있다. 정몽규 전 회장이 사업다각화 했던 것들로는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면세점사업 진출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게 2019년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전에 뛰어들며 재계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항공업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탓에 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됐지만 사업다각화에 대한 정 회장의 열망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HDC현산에게 회사 존폐 가까운 위기가 찾아온다. 작년 들어 1년도 안되는 짧은 간격으로 광주광역시에서만 대형 사고가 두 번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미 공사가 시작된 현장도 '아이파크' 지우기에 나섰고, 현재 입찰이 진행중이거나 예정된 재건축, 재개발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구역에서의 기피현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사실상 이 사고로 브랜드 경쟁력은 추락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업계에서는 정몽규 전 회장의 사업다각화 행태가 HDC현산의 잇달은 부실공사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지적한다. '아이파크' 브랜드 평판이 나름 괜찮은만큼 본업인 건설업만 잘 관리했어도 이런 악재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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