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부당권유 금지 위반' 손 회장 징계 'DLF 사태' 때와 근거 달라 향방 불투명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책경고' 결정 이후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조만간 이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징계안을 논의한 금융위원회는 행장으로 재직했던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 임기 만료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이에 업계에선 손 회장이 다시 한 번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함으로써 '연임 불씨'를 살릴 것이란 분석이다. 2020년에도 그는 'DLF 불완전판매'로 문책경고를 받자 가처분신청으로 징계 효력을 멈춘 뒤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징계가 정지됨에 따라 연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쟁점이 달라 재판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DLF 사태' 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CEO 징계의 근거가 됐지만, 이번엔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조항 위반으로 제재가 이뤄져서다. 앞선 분쟁과 같이 지배구조법을 놓고 법리적으로 다툰다면 동일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불완전판매 책임이 쟁점이라면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측은 행위자가 본점 부행장급이었던 만큼 감독자인 손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422조에선 금융위가 임직원에 대해 조치를 할 경우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닌 인물에게도 함께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금감원이 '라임 사태' 징계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들여다본 것은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한 결과였는데,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손 회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당시 금융사는 처리된 사건을 다시 다루지 않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앞세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CEO를 재차 처벌해선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때문에 일각에선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진단한다. 당장 가처분신청부터 문제가 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라임 사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컸던 사안인 데다, 수년간 불완전판매로 징계를 받고 물러난 금융사 CEO도 부지기수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만일 법원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으면 징계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손 회장의 연임은 무산된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은행장과 부행장 사이에 '부문장'이란 직책이 존재해 행장을 실질적인 관리·감독 책임자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소송에 나선다면 이를 적극 소명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밖에 라임자산운용 경영진이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라임 사태'가 운용사 측의 무리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대법원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형 등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화와 국민 경제의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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