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금융지주사 전환 로드맵 보고 이사회검토 12년만에 공식 선언···"장기적 성장 도모"풋옵션분쟁으로 갈등 골 깊은 FI주주 설득 관건
교보생명은 9일 오후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 로드맵 보고를 위한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너티컨소시엄 출신 이철주 사외이사도 참석했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보고를 시작으로 6개월의 추가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후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설립에 성공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첫번째,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번째 사례가 된다.
교보생명은 "위기와 기회가 혼재하는 복합 불확실성(뷰카·VUCA) 환경에서 장기적 관점의 그룹 성장 전략 수립과 추진이 가능한 새로운 기업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지주사 설립을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뷰카란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불확실한 미래를 뜻한다.
◇이사회, 구체적 로드맵 설정=이사회에서는 구체적인 지주사 전환 로드맵 보고가 진행됐다. 우선 인적분할 단계에서는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과 현금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한다. 또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 신설 금융지주사 신주를 교부한다. 그 다음으로는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사 자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다.
현재 교보생명 계열사는 상장사인 교보증권 1곳을 포함해 총 16곳이다. 비상장사로는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교보자산신탁, 교보문고 등이 있다. KCA손해사정, KCA서비스, 교보리얼코, 교보정보통신, 대체 자산운용사 파빌리온, 교보생명자산운용(미국), 교보생명자산운용(일본), 포트리스이노베이션, 제일종합관리서비스, 디플래닉스가 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운용 등을 넘어 다양한 비보험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에는 보험업 자회사 업무 범위가 제한적인 관계로 사업다각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주사의 자본 조달을 통한 관계사 투자 확대도 예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성공적인 금융지주 전환으로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전환(DT) 기반의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그룹의 장기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풋옵션 분쟁 FI 찬성 여부 미지수=다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FI(재무적투자자)들이 지주사 전환에 우호적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신창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6.91%, 반면 어피너티에쿼티, 어피너티컨소시엄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가 24.01%를 소유하고 있다.
분쟁은 앞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약속된 IPO(기업공개)가 이행되지 않았다며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2년 9월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로부터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할 당시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걸었던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산출한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가격은 40만9912원인 반면 교보생명은 자사 주식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산정하면서 격화됐다. 양측은 의견차를 좁힐 수 없었고 국내 재판은 물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까지 풋옵션 가격에 관한 판단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깊어졌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지난해 교보생명은 IPO를 통한 자금 확보로 FI와의 분쟁 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2대 주주인 어피너티와 분쟁 중이라는 이유로 교보생명 IPO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이 회사 가치는 물론 주주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에 관해서는 주주 간 공감대가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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