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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고속도로서 진가 발휘한 아이오닉5···힘·승차감 모두 '굿'[시승기]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고속도로서 진가 발휘한 아이오닉5···힘·승차감 모두 '굿'[시승기]

등록 2023.02.20 12:00

수정 2023.02.21 07:26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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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는데 똑똑하기까지···고속 승차감도 인상적알아서 차선 바꾸고 램프구간 진입 전 자동 감속장거리 전기효율도 높아···"이정도면 고속도로 제왕"

현대차 아이오닉5의 전측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현대차 아이오닉5의 전측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최근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전기차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완성차업체들은 물론 정부 당국도 전기차 보급 확대에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차를 골라야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정도입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알리는 상징적인 모델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이 최초로 적용된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데요. 우리나라의 전기차 시장은 아이오닉5가 출시된 2021년 이후 몰라보게 성장했죠.

아이오닉5는 어느덧 출시 2년차를 지나고 있지만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7만대를 돌파한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은 전년 대비 65.8%나 더 팔렸고 아이오닉5의 판매량만 2만7399대에 달합니다. 이는 현대차의 간판모델인 싼타페(2만8705대)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기아 EV6(2만4852대)도 아이오닉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이오닉5를 직접 시승해보니 왜 잘 팔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부터 동력성능, 첨단 편의사양, 전기 소비효율까지 전기차로서 갖춰야할 덕목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거든요.

아이오닉5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기차다운'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현대차의 첫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를 연상케 하는데요. 멀리서 봐도 전기차라고 짐작할 수 있을만한 미래지향적인 외관이 특징입니다. 특히 후미등에 적용된 픽셀방식의 독특한 램프는 전기차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듯 보였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현대차 아이오닉5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저는 아이오닉5를 타고 서울과 속초를 오가며 아이오닉5의 상품성을 두루 살펴봤습니다. 히든 도어 핸들을 잡아당겨 실내로 들어서자 깔끔하고 정돈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현대차의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인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물리버튼을 최소화한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공조장치를 제외한 기능들은 모두 중앙 디스플레이 안에서 조작할 수 있었는데요. 흔히 물리버튼으로 켤 수 있었던 1열시트의 통풍‧열선과 스티어링 휠 열선까지도 중앙 디스플레이 안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기어변속 레버까지 컬럼 방식으로 적용돼 센터터널이 없어지니 1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게 느껴졌습니다.

실내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2열의 공간성입니다. 앞서 택시모델을 탑승했을 때도 느꼈지만 일반적인 중형세단들보다도 레그룸이 넓었고, 해치백 스타일이라 헤드룸도 넉넉했습니다. 광활한 2열 레그룸은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도 100mm나 긴 휠베이스(3000mm) 덕분일 겁니다. 실내공간에 예민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고 봐야겠네요.

현대차 아이오닉5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 기자현대차 아이오닉5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 기자

아이오닉5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도화된 반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장거리 운전에 대한 피로감이 크지 않았고, 전기차 특유의 토크감 덕에 운전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오닉5에는 현대차 최초로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가 적용돼 있는데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건 기본이고, 방향지시등만 켜도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해줬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옆 차선에서 차량이 끼어들더라도 놀란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줬다는 점입니다.

아이오닉5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는 램프구간에서도 자동으로 감속해주는 등 고도화된 자율주행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도 알아서 규정속도를 맞춰줬고, 터널에 진입할 땐 공조장치가 내부순환모드로 자동 전환됐죠. 고속도로에선 운전자가 신경 쓸 게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가 HDA 모드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현대차 아이오닉5가 HDA 모드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뻥뻥 뚫린 길은 물론 정체구간에서도 아이오닉5의 HDA 기능은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전혀 쓰지 않고도 차량에 운전을 맡길 수 있었죠. 정차시간이 길지 않다면 출발 신호를 주지 않더라도 알아서 출발하는 똑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고 있을 땐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창이 계기판에 떴는데요. 수시로 스티어링 휠에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경고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운전자의 성격에 따라 예민하게 경고하는 아이오닉5가 귀찮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네요.

아이오닉5에 적용된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꽤 유용한 옵션이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경로에 맞춰 어떤 차선을 타야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증강현실로 알려주는 기능인데요. 시내에서든 고속도로에서든 길을 헷갈릴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현대차 아이오닉5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특히 아이오닉5는 전기차답게 엑셀레이터만으로도 가속과 정차가 가능해 운전이 더욱 편했습니다. 정지하고 싶을 때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패들 시프트를 당기면 회생제동이 강하게 작용하는데요. '아이패들' 기능을 쓰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알아서 멈춰 섰습니다. 이 기능은 신호대기 구간이 많은 시내구간에서 매우 유용했는데요. 다만 뒤에서 강하게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승차감에는 마이너스였습니다.

아이오닉5의 또 다른 매력은 강력한 동력성능입니다. 이번에 시승한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5.2초 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추월할 때 전기차 특유의 토크감과 여유로운 출력을 느낄 수 있었죠.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은 들을 수 없지만, 럭셔리 스포츠 세단과 비슷한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줬습니다.

긴 휠베이스가 돋보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박경보 기자긴 휠베이스가 돋보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박경보 기자

아이오닉5는 고속 주행 시 승차감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휠베이스는 팰리세이드보다도 길고,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의 공차중량은 배터리의 무게 탓에 2톤이 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인치에 달하는 휠을 달고 있는데도 승객이 느끼는 승차감은 대형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오닉5의 전기 효율도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약 225km를 주행할 때 계기판에 기록된 전비는 6.5km/kWh에 달했습니다. 배터리의 80%를 충전하고 출발할 땐 최대주행거리가 325km였는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도 150km나 남아있었죠. 뛰어난 전기효율 덕에 당초 계산보다 최대주행거리가 100km나 더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아이오닉5를 충전할 땐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요. 아이오닉5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급속충전소에서 배터리의 80%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고속충전이라도 80%를 넘어가면 완속으로 충전되거든요. 집에서 완속충전기로 100%를 충전하지 않는다면 458km에 달하는 최대주행거리를 실제로 달리긴 어렵다는 얘기죠. 강원도 정도 되는 거리를 가더라도 고속도로에서 최소 한번은 반드시 충전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자주 충전을 해야 하는 것도 아쉽지만, 충전 인프라 자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제가 충전한 가평휴게소엔 전기차 충전기가 2대 있었지만, 이 가운데 1대는 고장이 났는지 고속충전이 불가능했습니다. 80%를 충전하는데 8시간이 걸린다고 나왔거든요.

나머지 1대는 정상적인 고속충전이 가능했지만 충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제가 충전하고 있을 때 아이오닉5를 비롯해 제네시스 GV70, 볼트EV 등이 충전을 포기하고 돌아갔습니다. 배터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괜찮겠지만, 방전 직전이라면 꼼짝없이 앞차가 80%를 채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 역시 충전하는 데는 15분 가량 걸렸지만 앞차를 기다린 탓에 40분 이상 휴게소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가 가평휴게소에서 고속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현대차 아이오닉5가 가평휴게소에서 고속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총평
제가 타 본 아이오닉5는 '고속도로의 제왕'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장거리 주행에서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내연기관차가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동력성능에 편안한 승차감, 고도화된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까지. 실내공간까지 넓으니 가족들을 다 태워도 전혀 좁지 않을 겁니다. 스포츠 모드로 과속하지만 않는다면 전기효율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다만 충전 스트레스는 아이오닉5를 비롯한 모든 전기차들의 아킬레스건입니다. 전기차들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아파트는 물론이고 대형마트, 고속도로 휴게소, 호텔 등의 주차장에서 연일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충전소 수는 턱 없이 부족하고, 한번 충전할 때 소요시간도 최소 15분 이상은 잡아야 합니다.

모든 전기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배터리 충전 문제를 제외한다면 아이오닉5은 특별한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지난해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어떻게 수상할 수 있었는지 단번에 납득될 정도입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할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충전없이 무난하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충전기를 제약 없이 쓸 수 있다면 아이오닉5는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분들의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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