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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조정호 회장 지분율 45.9%···지배력 약화 걱정없는 이유

금융 보험 지배구조 2023|메리츠②

조정호 회장 지분율 45.9%···지배력 약화 걱정없는 이유

등록 2023.03.15 11:09

이수정

,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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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회장 금융지주 지분 약화 일시적 현상주식 매각-소각하며 조 회장 지분 확대 가능성증권·화재 자회사 편입→금융지주 영향력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증권과 보험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은 조정호 그룹 회장에게 최상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지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면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메리츠금융의 주식 매입과 소각 과정에서 지분율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것은 물론,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해석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11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메리츠증권과 화재를 메리츠금융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선진적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지주와 증권, 화재의 자본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일 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메리츠증권은 오는 4월5일 이를 매듭 짓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증권과 화재의 주식은 증시에서 철수하며, 지주만 상장사로 남게 된다.

또 주식교환 과정에서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지분은 기존 75.8%에서 45.9%로 줄어든다. 자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47%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당시 시장은 메리츠금융의 결정에 '오너가 금융지주 지배력을 약화시키면서 회사 이익을 위한 중장기적 결정을 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여기에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2023년 회계연도부터 통합될 지주사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연결기준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 원칙을 밝혀 주주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는 각사의 최근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하지만 메리츠금융이 강조하는 회사 이익 추구와 주주환원율 증가 효과가 지배구조 개편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는 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 의도는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다. 당장은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 조 회장 지분이 50% 이하로 떨어지며 표면적 지배력이 약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확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오히려 지배력 강화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현재 메리츠금융은 주주환원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자사주 매입이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올해부터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의 방법으로 주주 환원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주식가격이 저평가 됐을 때 주가를 방어하고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으로 주주환원을 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여기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과정, 즉 주식의 유통량을 줄이는 것은 조 회장의 지분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식 주식 가치가 높아지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과정을 몇 번만 거치면 조 회장의 지분율은 대폭 올라갈 수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를 사주는 것 자체는 주주 환원이 맞다"면서도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환원인지 아닌지를 판단 할 수 있지만 (메리츠금융이)지주사가 된 이상 매입과 소각을 하는 것은 지배력 강화 의도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발행 주식 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조 회장의 지분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 가지 현상에 한 가지 목적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이는 주주환원과 지배력 강화 두 가지가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율이 50% 이상이 되면 완전 자회사가 된 메리츠증권과 화재에 대한 영향력 역시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테면 '조 회장→메리츠금융→메리츠증권·화재'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회사들이 상장 폐지되면서 개인 주주의 개입 마저 없어진다면 사실상 모든 자회사의 의사결정이 조 회장의 손에 달리게 되는 셈이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각 자회사들의 자율 경영을 인정한다는 점을 못 박았지만 지배구조상 조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는 것은 시간문제다.

3세 경영승계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면서 자녀 승계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조 회장의 자녀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배력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 ▲지배구조 개편 후 지분율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 ▲조 회장이 매년 배당만으로도 충분히 상속·증여세를 마련할 여력이 된다는 점 등이 근거다.

실제 조 회장이 지난해를 기준해 받는 배당금은 1954억원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메리츠금융의 직접 지분 배당액 약 1775억5200만원, 메리츠증권 직접 소유 지분 약 48억원, 메리츠금융이 소유한 메리츠증권 지분 중 조 회장의 지분 배당액이 130억5600만원 정도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3세 승계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과거에도 조 회장이 기업승계를 안하겠다고 천명했고 실제로 포괄적 주식교환 후 조 회장의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져 경영권이 현저히 약해진다"며 "대주주의 지분 승계 계획 없다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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