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시장 점찍은 북미 지역서 부진한 실적미국 법인 순손실 475억원···전년比 8배↑"중장기 플랜 설계···북미 사업 개편 진행"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미국 종속기업인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475억원을 냈다. 전년(56억원)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캐나다 법인인 '더 에이본 컴퍼니 캐나다(The Avon Company Canada)'의 실적도 부진했다. 더 에이본 컴퍼니 캐나다의 당기순손실은 전년(27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73억원으로 집계됐다.
더 에이본이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지만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미국과 캐나다 두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총 46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4486억원)과 비교하면 3.4% 증가한 규모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 법인은 3790억원으로 4.5% 늘었지만 캐나다 법인은 849억원으로 1.0% 소폭 감소했다.
다만 이마저도 더 에이본이 LG생활건강에 인수되기 이전인 2018년 연간 매출이 약 7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약 1450억원를 들여 더 에이본을 인수했다.
이후 2020년에는 '피지오겔' 브랜드의 아시아·북미지역 사업권을 약 1923억원에, 2021년에는 미국 하이앤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 56%를 약 1170억원에 취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4월에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약 1485억원에 인수하는 등 다수 브랜드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북미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이 지난 4년간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투자한 금액만 총 6028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의 북미 사업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한 5775억원이지만 인수합병에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성과는 저조하기 때문이다.
또 LG생활건강이 북미 사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편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이 때문에 향후 LG생활건강의 미주사업총괄을 맡은 문혜영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문 부사장을 중심으로 북미 지역의 사업 역량과 운영 체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사업 간 시너지 확보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특히 기존 인프라 활용과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시장 상황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는 물론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4분기 일회성 요인으로 북미 영업권 관련해서 약 1900억원 가량이 영업외비용인 무형자산손상차손으로 반영됐다"며 "미국 경기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급변하면서 과거 더 에이본 인수 시점에 수립한 사업계획과 현재 시점에서 예상하는 미래 실적 추정치와의 격차를 고려해 북미 사업을 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재무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롭게 미국사업총괄을 영입한 만큼 더 높은 시장 이해를 기반으로 중장기 플랜을 설계하는 등 전반적인 북미사업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화장품 시장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M&A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북미 사업 강화를 위해 1681억원을 투자, 인수한 미국 럭셔리 클린뷰티(유해 성분 없는 화장품) 브랜드 '타타하퍼'가 인수 첫해부터 적자를 내는 등 북미 사업 경쟁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타타하퍼 운영사인 '타타스 네이처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는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손실 18억8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9억4200만원을 거뒀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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