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35년 만에 사명 바꿔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의지사명 변경에 국내외 영업망 우려↑
새 주인을 맞은 쌍용자동차가 35년 만에 사명을 바꿨습니다. 쌍용차의 새로운 간판은 'KG모빌리티'가 됐는데요. 문제는 새 사명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가 높다는 점입니다.
KG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쌍용차의 이름을 'KG모빌리티'로 바꿨을 겁니다. 앞서 기아자동차도 '자동차'를 빼고 기아로 새 출발했죠.
하지만 이번 사명 변경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기계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KG그룹은 새로 인수한 회사마다 'KG'라는 이름을 사명에 붙이고 있는데요. KG스틸, KG이니시스, KG에듀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K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과 달리 전형적인 B2C 산업입니다. 따라서 상품성은 기본이고 높은 '브랜드 이미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상품성 측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차 투싼이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 라브4에 크게 밀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겁니다.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최근 수년 사이 가파르게 개선된 상품성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죠.
쌍용차는 상하이차, 마힌드라 등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지난 1988년부터 35년간 같은 이름을 유지해왔습니다. 해외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는 약한 편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쌍용'에 대한 인지도가 높죠. 특히 프레임 보디 기반의 정통 SUV를 선호하는 고객들은 '무쏘'와 '코란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쌍용차에 긍정적인 이미지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면서 현재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이고, 2009년엔 이른바 '옥쇄 파업'으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과거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차는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죠.
KG그룹은 이 같은 쌍용차의 아픔과 상처를 지워버리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명 변경 과정에서 사내 안팎의 소통 없이 지나치게 오너의 생각만 반영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브랜드 파워'는 KG보다 쌍용차가 더 우위에 있으니까요.
국내에서 쌍용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KG는 주력사업이 B2B이다보니 인지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영업 일선에선 "이미 윗선에서 결정했으니 따르겠다"는 분위기지만, 조용히 속앓이를 하는 영업사원들도 많아 보입니다.
해외시장에서는 문제가 더 클 겁니다. 가뜩이나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시절부터 해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업계 안팎에선 해외 딜러들이 KG모빌리티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쌍용차를 유지하겠다고 버틴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일단 글로벌 시장에서 'KG'에 대한 인지도는 사실상 제로입니다. 쌍용차에 익숙한 국내의 중장년층 고객들은 '케이지모빌리티'라고 발음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모빌리티'라는 이름을 붙인 사례는 없습니다. '모빌리티'에서 연상되는 제품은 자동차가 아닌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기아도 자동차는 떼어냈지만 모빌리티를 붙이진 않았죠.
해외 시장에선 KG그룹을 잘 모르다보니 동물을 가두는 '케이지'나 '킬로그램'을 떠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기존 쌍용차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은데, '짠물경영'으로 소문난 KG그룹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얼마나 투자할지도 의문입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기존 쌍용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의 간판들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영업 일선에선 간판 교체 등에 대해 아직까지 지침을 듣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KG모빌리티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자율주행,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 없이 사명 변경 등 선언적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겁니다. 특히 쌍용차에게 꼭 필요했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글로벌 판매량 확대는 사명변경으론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토레스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는 있지만 KG모빌리티는 여전히 냉혹한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판매는 내수에 집중돼 있는데다 전동화 모델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주력 차종이었던 티볼리와 코란도는 시장에서 입지를 완전히 잃은 상태죠
KG그룹이 쌍용차를 '헌팅트로피'로 여긴다고 생각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흑자전환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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