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1일 예정된 전기 요금 인상안 보류···"여론 수렴 필요"한전, 지난해 사상 최악 실적···33조6000억원 달하는 적자가스공사 미수금 9조원 육박···상장 처음으로 무배당 실시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당정협의회'를 열고 내달 1일부터 적용하는 2분기 요금안 인상을 보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누적 적자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에 당정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산업부(소관 부처)가 제시한 복수의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요금 인상 결정을 연기했다.
당정이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 때문이다. 한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71조2719억원이나, 영업손실은 무려 33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영업손실은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 2021년(5조8465억원)의 5.6배다. 여기에 4분기에도 영업손실 10조7670억원을 기록해 분기로도 최대 규모의 손실을 냈다.
한전은 연료 가격 급등 여파로 영업비용이 늘어 적자를 기록했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발전량이 늘어났다"며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 급등과 전력도매가격(SMP)이 2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9조원가량 되는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도 요금 인상안을 부추겼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2021년 말 1조8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8조6000억원까지 올랐다. 이미 가스공사의 자본 규모를 초과한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천연가스 급등으로 대규모 미수금을 떠안았다. 국제 천연가스는 가스공사의 원료비다. 이에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원료비도 덩달아 올라 미수금이 증가하고, 이는 가스 요금 인상으로도 연결된다. 이에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스 요금 인상이 유력하다.
특히 가스공사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년 지급하던 배당을 철회하고 무배당을 결정, 요금 인상안에 무게가 쏠렸다.
당정은 이들의 심각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 인상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인상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지난 1분기와 비슷한 ㎾h(킬로와트시)당 약 12~13원가량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한국전력도 2분기 전기 요금 결정을 위한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천문학적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 요금을 ㎾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6년까지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적자를 해소한다는 경제 운영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정 최적의 안이 선택되면 그 무렵 시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안은 보류됐으나, 3분기가 다가오기 전에는 요금이 오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이 오면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봐서는 그나마 수요가 낮은 2분기부터 인상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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