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들에게 공문 보내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 선언나프타 가격 1009달러 육박···연초 대비 87% 급등원재료 조달 차질 심각···상황 악화시 셧다운 가능성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이달 10일과 11일 각각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일부 제품에 대해 수출 계약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한 것이다.
LG화학은 주요 고객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나프타와 프로필렌 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장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사실상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롯데케미칼도 고객사들에게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에 대한 통지' 공문을 보냈다. LG화학은 다운스트림 가소재 제품인 '디옥틸 테레프탈레이트'를, 롯데케미칼은 복수 제품군에 대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 20%가 통과하는 원유 수송로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 불가를 선언하고 곧바로 폐쇄 조치에 나섰다.
해협이 막히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요 원료인 나프타(납사)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통행로가 막히자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제품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핵심 원료다.
나프타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 9일 톤(t)당 1009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초(472달러) 대비 무려 87% 폭등한 수준이다. 전주(408달러) 대비로도 67.8% 상승했다.
가장 먼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은 여천NCC다. 여천NCC는 이달 4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3월 인도 예정이었던 나프타의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고객사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기업이 통제 불가한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적용되는 조치다.
물론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불가항력 선언이 아닌 '가능성'을 고지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천NCC에 이어 두 업체 역시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이미 비슷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석유화학 업체들도 나프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약 2주일 분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장 가동이 멈추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고로 버티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아서 여천NCC에 이어 남은 회사들도 불가항력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지속되면 석유화학은 업스트림 제품부터 영향이 올 것으로 보이고, 이후에는 다운스트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석유화학 공장이 꺼지면 정유사는 물론 나라 전체가 멈추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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