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업결합 '총력전'···해외는 조원태 회장이 직접 챙겼다

미국·EU·일본 승인만 남아···시정조치 적극 대응

신규 항공사 진입 유도해 경쟁제한성 완화 계획

해외 당국 및 경쟁사도 체크···법률비용 1000억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위해 해외경쟁당국을 직접 접촉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해외경쟁당국과의 협의에 직접 나서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00억원이 넘는 법률비용을 지출하는 등 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14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14개국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재는 미국, EU, 일본 3개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고, 나머지 11개국 경쟁당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했거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끝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년 동안 로펌과 자문사에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정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결합심사를 반드시 통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사장 등 최고 경영진도 해외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해외 출장을 통해 협력관계가 없었던 해외 경쟁사들의 신규 시장 진입 의향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TF는 최고경영층이 총괄 역할을 맡아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합한 분석 방식을 택해야 하고, 이를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야해서다.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노선이 복잡할 경우 심사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된다. 국가별로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규정과 절차가 다른 것도 부담요소로 꼽힌다.

기업결합심사는 시장 획정,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경제성 분석,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수렴, 시장 파급효과 분석 등 다양한 단계를 거친다.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만 해도 지역 내 수요와 공급 등 항공시장 상황, 다양한 운임, 시장집중도, 수요 대체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각국의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게 될 경쟁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양사 결합 이전의 경쟁 환경을 복원하고 지속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신규 항공사를 시정조치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미국과 EU,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첩 노선이 꽤 많은 데다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항공사들도 생겨나고 있어서다. 두 항공사가 합쳐지더라도 경쟁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대한항공은 해외 로펌, 자문사와 함께 특정 신규 시장진입자 등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외교부, 산업은행 등 관련 정부기관과도 적극 협력해 조속히 각국의 승인을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신규 시장진입자 등 시정조치에 쉴틈없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건 기업결합이 국내 항공업계의 유일한 생존방안이기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의미와 항공산업이 국내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통합 이후에도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제고에 더욱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