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생 문제와 조선산업의 인력난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우선 지난 3월2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은 적용하되 최저임금법은 적용하지 않는 일반 고용허가인력(E-9 비자)으로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용허가제 대상인 16개국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신분으로 월 100만원 이하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고 조 의원은 밝혔다.
다른 한 편 선박 및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나서 일감이 늘었지만, 조선소들은 생산직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숙련 외국인 노동자(E-7 비자)를 '패스트 트랙'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노동부와 업계(원청·하청)가 함께 조인한 '조선산업 상생협약'을 통해 이 과정은 급물살을 타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량인증, 자격인증 등에 걸리는 절차를 최소한으로 하는 중이다. 또한 400명의 E-7 노동자 별도 쿼터까지 확보해 줬다. 같은 시점 대형 조선사 중 일부는 아예 '내국인'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 대신 외국인들을 뽑았으면 하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호봉제와 정년보장 둘 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쓰게 될 조선소 사내하청기업들은 E-7 비자의 최소 임금 기준인 GNI 70%인 연봉 2,800만 원도 부담이 된다고 더욱 더 완화해주기를 요청하는 중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 한국사회의 객관적 발전 수준과 인식의 지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중위소득은 1인당 월 207만원, 연봉 기준 2500만원 가량이다. 한국은 더불어 제조업 5대 강국에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가사 노동자를 연 1200만원 수준에서 쓰려 하고, 다른 한 편에서 3D 업종에서 귀한 숙련 노동자를 중위소득 수준에서 쓰려 한다. 그런데 여전히 인력은 '비용'이라는 인식 수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고양하고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고작 생각하는 것이 아이를 저렴하게 맡길 대안을 찾는 것이다. 매번 미디어는 어린이집 교사의 영유아 학대와 폭행에 대해 보도하고, 부모들은 질적으로 떨어지는 보육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데 정책입안자가 내놓는 대책이라는 게 고작 '저렴한 노동'이다. 자신의 소득수준을 인지한 가사노동자들에게 '선의'를 어떻게 보장 받을 것인가? 제조업에서는 적정한 임금을 주고 더 높은 생산성과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강조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쥐어짜거나' '갈아 넣어서' 성과를 내는 것 이상을 고려하지 못한다.
갈아 넣는 것을 참아냈던 것은 한국 산업화 세대와 후속 세대 일부였을 따름이다. 같은 한국인임에도 'MZ세대'의 '조용한 사직'(출근은 하지만 최소한의 주어진 일만 하는 것)에 기성세대가 경악하는 것을 보라.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모를까? 이미 3D 업종 제조업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SNS와 스마트미디어를 활용해 '더 좋은 대우'를 해줄 곳을 찾아 농어촌을 다니고 좀 더 나은 공장을 찾아내 거기서 일하기를 선택한다. 그마저 안 된다면 그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은 외국인 제조업 노동자와 가사노동자가 아니다. 단순노동(E-9 비자 등)을 하기 위해 오는 노동자가 아닌 숙련노동자(E-7) 들을 영입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줘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과 다름아니다. 그리고 그게 선진국 제조업의 길인 '하이 로드'(High Road, 고임금-고부가가치 체제) 제조업으로 가는 길이자, 저출생 고령화가 아닌 제대로 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여 출산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돌봄 사회로 가는 길의 시작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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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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